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해외여행기 135

조지아, 쿠타이시

쿠타이시: 리오니 강이 카프카스 산맥 기슭에서 흘러나와 저지대로 유입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자카프카지예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로서, 콜치스·이베리아(카르틀리)·아브하지아·이메레티아 등 조지아 역대 왕국들의 수도였다. 러시아에 정복된 뒤로는 지방행정구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격동의 역사 속에 여러 차례 약탈을 당했으며, 특히 1691년에 있었던 투르크인의 약탈은 매우 심했다. 11세기에 보그라티드인이 세운 대성당의 유적이 도심부의 언덕에 있으며, 이곳으로 좁고 구불구불한 길들이 나 있다. 도시 외곽에는 12세기에 지은 겔라티 대성당과 수도원, 석회석 동굴과 공룡 화석이 있는 사타플리아 자연보호구역이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에는 공업 중심지로서 트럭·펌프·채굴기·직물(특히 견직)·식료품 및 그밖..

코카서스 여행-조지아, 보르조미 원시림과 물.

보르조미 국립공원 입구 호텔에서 묵었다. 호텔 앞에 폭포가 있다. 인공폭포인줄 알았는데 자연폭포란다. 옆의 조각상이 프로메테우스상이다. 인간을 좋아해서 저 불을 인간에게 주고 제우스의 노염을 받아 카즈베기산에 묶여 독수리에게 끝없이 심장을 쪼이는 형벌을 받았다. 헤라클레스가 독수리들을 죽이고 그를 구해주었다. 보르조미 탄산수는 유럽 전역으로 수출되는 조지아의 명수인데 천연 염기 때문에 약간 짭쪼름하여 보통의 탄산수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미네랄 함량이 60%가 넘어 맛이 너무 강해 마시기가 매우 힘들었다.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다지만 이건 너무 강하여 한모금 마시고는 결국 맹물을 반병이나 더 마셔야 했다. 1,500년 이상 솟아나는 보르조미 샘물은 어쨌든 치유 효과가 여러 각도로 검증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코카서스로 떠났다. -조지아 아할치헤 라바티 성을 보고

노밸상을 수상한 터키의 세계적인 작가 오르한 파묵의 소설 '눈'을 읽었다. 터키 아나톨리아 고원의 동쪽 끝자락 변방 소도시인 카르스의 눈쌓인 겨울이 배경인데 막연하고 지루하고 길었다. 아르메니아인, 구소련사람, 쿠르드인이 모여살면서 충돌하는 문명과 정치적인 혼란 중에 사람이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카르스에서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향하는 길목이 바로 아할치헤였다. 여행은 책에서만 보던 남의 일이 내 앞으로 걸어와 현실이 되는 것이란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여행을 마치고 '눈'을 다시 읽었다. 소설이 나의 이야기로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모로코 여행 중 탕헤르에 내렸을 때 리진과 콜랭을 다시 만난 것처럼... 트빌리시에서 조지아의 첫날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 아르메니아와 터..

코카서스로 떠났다. -조지아 시그나기와 카헤티지방

오래 전부터 이 나라에 오고 싶었다. 신화의 땅, 인간이 살기 시작한지 가장 오래 된 땅, 프로메테우스, 전쟁, 수도원, 빙하, 코카서스..... 이 땅을 표현하는 모든 어휘가 매력적이고 호기심을 끌지만 그 어떤 말도 이 땅을 한마디로 표현하기에 충분치 않다. 처음 다른 나라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어쩌면 이 곳이 최종 목적지였는지도 모른다. 10여년 이상 마음만 먹고 있던 이곳에 오는 일이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다. 바로 이 장면. 탑인지 기둥인지 모를 돌로 된 구조물이 우뚝우뚝 들어선 이국의 어느 눈 덮힌 산마을로 이욱정PD가 쌓인 눈을 헤치며 들어서고 있었다. 조지아의 메스티아! 요리하는 PD 이욱정, 그가 진행하는 '요리인류 도시의 맛-조지아 편'었다. 수많은 여행 다큐 중에서 나를 이곳을 끌..

파란 하늘 베네치아, 그리고 까페

아침 일찍 베네치아로 들어갔다. 베네치아로 들어가는 길은 대개 두가지로 수상버스 바포레토와 기차인데 나는 이탈리아의 기차를 타 보고 싶었지만 바포레토를 타고 들어갔다. 어젯밤의 비바람이 꿈이었나 싶을만큼 맑고 화창했다. 나중에 다녀와서 뉴스를 통해 우리가 간 날 전후로 며칠동안 비와 바람과 추위로 베네치아 전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내가 거기 있었던 '오늘'은 맑고 화창했다. 날씨는 조금 쌀쌀했지만... 서기 ***년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마가복음을 쓴 성인 마가의 시신이 도난당했다. 베네치아인들의 소행이었다. 4세기 로마제국이 동쪽으로 수도를 옮기고 난 후 노르만족이나 고트족의 침입으로 안전한 삶터를 잃은 이들이 아드리아 연안의 얕은 바다에 말뚝을 박고 안을 돌과 흙으로 채워 베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