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가 심상치 않다. 영하 십도의 루체른에서 리기산에 올랐고 혹한 속의 산을 내려와 다시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난 2번 고속도로를 달렸다. 스위스와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난 이 도로는 국경도시인 바젤을 지나자 5번 고속도로로 바뀌었도 주변의 지형도 평평하게 바뀌어 갔다.
오후늦은 시간 꼴마르에 도착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된 곳이라는 명성답게 이쁘고 아기자기한 집들과 운하, 골목길로 채워진 꼴마르는 너무 추웠다. 예쁜 골목길의 아지자기한 카페, 프랑스다운 생활 소품가게 다 건성으로 지나치고 몇장의 사진을 찍고 차로 돌아왔다.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영하 18도라 한다.
꼴마르를 나와 북쪽으로한시간쯤 더 달려 스트라스부르 외곽의 쇼핑몰에 도착했다. 쇼핑몰 푸드코트가 오늘 저녁 식사 장소였다. 홍합 요리 사진이 먹음직해보여서 프랑스말 홍합 검색해보니 '물'이라고 해서 '물' 달라고 주문하니 내 발음이 꾸진지 알아듣지를 못한다. 그래도 여고 때 제2외국어로 불어를 했는데ㅋㅋ. 아쉬울 때 통하는 만국공통어 손짓발짓으로 간신히 주문하고 어렵게 한접시 받아들었는데 맛은 영 별로다. 질기고 짜고 싱싱하지 않아서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시원한 홍합맛이 아니다.
식사를 마치고 마트를 구경하고 초콜렛 몇개 샀다. 숙소는 역시 별로다. 유럽 여러나라 중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숙소가 제일 별로라는 걸 다시 확인한다.
여행 마지막날, 아침 식사를 일직 마치고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성당에 갔다. 역시 너무 추워서 귀가 떨어져나가려 한다. 나와 남편은 모자도 쓰고 장갑도 끼었는데 우리 아들 귀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빨갛다. 그래도 괜찮단다.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은 하늘에 닿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신에 가까이 다가가고자하는 염원을 담은 전형적인 고딕 건축물이었다. 이른 아침 광장은 고요하고 매우 추웠다.
운하를 따라 산책하면 좋을 도시 였으나 아무도 없이 텅비어 있었다. 갑작스런 추위 탓인지 영하 18도에도 얼지 않은 운하가 신기할 따름이다. 단풍이 고울 때 오면 좋겠다. 먼 훗날 퇴직 후에 다시 올것을 기약하고 다시 5번 고속도로로 프랑크푸르트로 향했다. 지나는 길 오른 쪽 멀리 산자락에 자그마한 도시가 이뻐 보여서 구글맵을 확인해보니 하이델베르크였다. 젊을 적 잠시 알았던 이가 이곳 대학으로 공부하러 가면서 소식이 끊어졌는데 잠시 지난날을 되새기면서 질서 정연하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주변의 차를 감상하고 휴게소에 들러 커피 한잔 마시고 두어시간 만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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