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를 출발해서 파티마까지는 거의 6~7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다. 여행을 오기 전 보았던 세계테마기행의 고대유적 도시 에보라와 코르크 생산지로 유명한 알렌떼주를 지나는 것 같다. 구글지도를 켜서 확인해보려고 했는데 지도가 로드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구글의 세계지도가 아프리카 중간과 아시아까지 로드가 되고 유럽 부분은 거의가 백지 사각형으로 나온다. 출발 전 아침에 호텔에서 와이파이 될 때 한번 로딩해보고 왔어야 하나 싶다. 여행 중 이런 경우도 있다는 걸, 다음에 자유여행이나 자동차 여행 때 염두에 두어야 겠다. 종이지도를 준비하든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길을 그레고리는 참 안전하고도 편안하게 운전한다. 일행은 너나 할 것 없이 잠들었다. 마지막까지 자지 않고 창 밖을 보던 나도 잠들어 두어시간 자고 나니 휴게소다.
휴게소는 시끌시끌한 폴투갈어인지 스페인어인지 외계어로 떠드는 남자들로 꽉 찼다. 혼자서 커피를 주문받으면서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지 컵도 깨고 음식을 떨어뜨리고 그래도 웃으며 신나게 일하는 젊은 남자 종업원이 귀엽다. 여기가 폴투갈이냐니까 스페인이라 한다. 하긴 아직 외교부에서 보내주는 휴대폰 메시지가 우르르르 들어오진 않았으니까.
휴게소에서 마늘도 팔고 하몽도 팔고 있어 들여다 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남자가 활짝 웃으면서 나보고 외계어로 말을 건다. 뭐라 하는지 나는 못 알아 듣는다고 만국공통어 웃음으로 하하 웃으니까 잠시 생각하더니 "지나?" 한다. 중국인이냐고? 아냐 난 꼬레엔이라했더니 엄지를 추켜세운다. 어딜 가나 유쾌한 사람들이다. 풍요로운 자연이 이들을 이렇게 낙천적으로 만들었겠지?
지명은 생소하고 지도도 안되고 깜깜 정보인 채로 버스는 계속 달린다. 비가 내리다 해가 잠시 났다가 또 억수같이 퍼붓는 새에 도로는 코르크 숲, 올리브, 밀밭, 목장이 번갈아 나타나며 여행자의 시선을 놓아 주지를 않는다. 계속하여 셔터를 눌렀으나 유리창에 비친 그림자나 셔터속도에 따른 상의 밀림 현상 같은 거로 제대로 된 사진이 거의 없다. 파티마까지 6시간을 달리는 중에 에보라로 짐작되는 조금 큰 동네 외엔 도시가 하나도 없다. 알렌떼주가 유럽에서도 가장 인구 밀도가 낮은 곳이란 게 실감난다. 처음엔 창밖 풍경이 밀밭으로 짐작되는 파란 초지 아니면 올리브 숲이었는데 서쪽으로 갈수록 올리브가 적어지며 코르크 반 올리브 반이다가 더 나중엔 온통 코르크 숲이었다가 파티마가 가까와지자 유칼립투스가 많다. 껍질이 저절로 줄줄 일어나 어린 유칼리나무 숲은 줄기 주변이 지저분해보인다.
파티마로 들어서는 길에 잠깐 무지개를 보았다. 여행의 마무리가 서서히 다가오고 날씨는 궂고 춥기까지 한데 무지개를 보니 다들 마음이 밝아져서 환호성을 질렀다. 거의 여섯시반에 파티마에 도착했는데 시차가 한시간이라 시계를 다섯시반으로 되돌린다.. 아싸 한시간 젊어졌다.
파티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지난 여름 발칸 여행 때 들렀던 보스니아의 메주고리예 성모발현지와 스토리도 풍경도 너무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긴 로마 교황청이 인정한 곳이고 메주고리예는 아니라는 것 정도. 성물마트에서 쇼핑을 한다고 해서 성당에서 운영하는 샵 같은 건 줄 알았는데 그냥 마트였다. 짐작은 갔지만 옵션도 빠진 게 있고 해서 몇 가지 샀다. 코르크 냄비 받침, 포르투 와인, 델타 원두커피, 진짜 술(체리주로 프랑스 술 꼬인뜨루 비슷한 맛이 나는 술로 이름이 '진짜'임.), 그리고 커피잔 4개. 여행 나와선 쇼핑 잘 안하는데 이번엔 쇼핑에만 400유로 약간 넘게 쓴 것 같다. 돌아와서 한참 후까지 정말 맛있는 포르투와인을 마시며 여행을 추억했다. 여태 마신 와인 중에서 달콤한 종류로는 이 와인이 최고였다.
쇼핑하고 들어와 성모 발현 성당에 잠시 들렀으나 비가 오고 어두워 윤곽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카톨릭 신자들은 예배에 참석한다지만 우리는 산책을 할까 차를 마실까 하고 나가봤는데 비가 많이 내리고 바람도 분다.
밤새 비가 내렸다.
알렌떼주를 지나면서 본 코르크나무, 껍질 벗긴 둥치가 까맣다.
스페인 마직막 휴게소에서 팔고있는 마늘과 하몽
파티마 입성 환영 무지개
'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 > 해외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년 2월 스페인 여행의 종착지, 리스본 (0) | 2016.03.05 |
---|---|
2016년 2월 그리운 땅끝 폴투갈(오비도스, 신트라, 호까곶) (0) | 2016.03.05 |
2016년 2월 스페인 여행- 세비야 (0) | 2016.03.05 |
2016년 2월 스페인 여행 론다로 가는길, 세비야로 가는 길. (0) | 2016.03.05 |
모로코 탕헤르에서 다시 지브롤터를 건너 (0) | 2016.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