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해외여행기

3일째 드디어 피피섬으로

목인 2012. 8. 11. 13:05

일찍 아침을 먹고 로비로 내려가 가이드를 기다렸다.

태국인 가이드인 무이 언니와   가이드가 왔다. 차를 타고 카론비치 근처의 다른 일행을 픽업하여 푸켓시내를 가로질러 페리 부두에 도착하니 오늘은 햇살이 쨍쨍하다.

피피행 페리를 탄 사람은 90퍼센트가 한국인으로 보였다.

콜라도 공짜로 주고 에어컨도 빵빵한데 문제는 한국인들이 오는 곳 어디서나 보는 자리 맡아주기. 빈자리에는 어김없이 가방, 모자, 타올 따위 사람을 대신하여 자리를 맡아놓은 물건이 올려져 있고 결국 우리는 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또 뿔뿔이 흩어졌다.

한시간 반쯤 까뮈의 이방인 뫼르쏘가  맞이하였을 햇살속으로 달리자 저멀리 수평선 위에 올록볼록한 섬의 형태가 나타났다. it must be pur pur island!

윤수일이 부르는 환상의 섬이 있다면 우리 눈앞에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항구는 반대쪽에 있었다. 페리가 피피섬을 반 바퀴 쯤 돌아 항구로 들어가는데 배 왼쪽편은 영화 비치에서 보았던 석회암의 화려한 절벽과 바다가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이고 반대쪽은 비취빛 남국의 바다였다.

날씨가 너무 덥고 햇빛이 너무 따가워서 점심 먹을 겸 스피드보트 선착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2-300미터 남짓한 짧은 길이 무척 힘들었다. 양쪽으로 늘어선 기념품샵에는 열대의 조개로 만든 목걸이와 작은 목각 인형들이 매달려 있어서 몇개 사고 싶었지만 더위와 가이드의 재촉 때문에 나는 예이츠의 묘비명 에 적힌 그의 명령 "cast a cold eye "를 본의 아니게 실천하였다.

보트에는 우리팀 말고 한국인 여행객 한팀이 더 있었다.

그쪽 가이드가 연륜이 더 있어보이는 능숙한 솜씨로 우리를 안내했고 우리 호재가 그토록 잊지못하는 피피 바다 에서 놀기 시작.

방콕대학에서 2년간 연수를 했던 신랑친구 김영대씨가 출발전에도 몇번, 현지 도착한 이후에도 국제전화를 걸어 꼭 가보라고 강추를 했던 마야비치는 가보지 못했다.

성수기 아닌 때 (이곳의 성수기인 건기)에 자유여행으로 다시 와야 할 것 같다.

라이프재킷을 입고 바다 수영을 했다. 안경을 반드시 벗으라고 강요하는 가이드 때문에 좀 마음이 안좋았다. 시력도 문제지만 난시 때문에 안경을 벗으면 틀림없이 멀미를 할텐데.....

똑같은 사람, 오로지 팀의 일원으로만 여기는 한국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여기까지 따라왔네.

어쨌든 선글라스를 벗어두고 바다로 뛰어 들었다. 시원했고 잠시 즐거웠지만 뿌옇게 흐려보이는 섬 풍경과 해안 절벽의 절경을 상상만 해야 했다. 

마야비치는 작은 피피섬 뒤편에 있는 모양이었다.

거기를 꼭 가야한다고 하니 파도가 세서 못간다네.,

이런 ...

잔잔하게만 보이는 바다가 파도가 세서 못간다니.

아마도 패키지 여행의 일정에 꼭 묶인 시간 탓인듯.

스노클링 시작 일분만에 갑자기 답답함과 멀미가 몰려와 포기하고 멈추어 있는 배위로 올라왔다.

달리지 않는 배의 롤링은 너무 고통 스러웠고 결국 못참고 토를 했는데

바다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일행들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순간적으로 그럴 필요가 전혀 없음을 알았다.

물고기들이 확 몰려와 부유물질을 너무도 깨끗하게 청소해 버렸다. ㅎㅎ

멀미 때문에 점심도 못먹고 한국인지 태국인지 헷갈릴만큼 한국 사람들 틈에서 샤워를 하고 다시 배를 탔다.

선크림을 수시로 뿌렸지만 호재 어깨는 벌겋게 달아올라 고통스러워했다.

쾌락의 흔적, 혹은 즐거움의 댓가.

수림이와 호재는 충분히 즐거웠는지 돌아오는 페리 안에서 내내 골아 떨어졌다.

태국 식당에 들러 샤브샤브를 먹고 호텔로 돌아왔다. 신랑도 나도 씻고 침대에 누우니 움직일 힘이 없는데 페리에서 시컷 자고나서인지 호재는 자쿠지에 물을 받아놓고 남국의 바다를 감상한다.

마지막 밤. 거실에 모여 어제 사온 열대과일과 미니바에서 꺼낸 태국맥주를 놓고 두 가족이 파티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