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해외여행기

8월 15일(7일째, 미국에서 둘째 날) LA에서 바스토우를 거쳐 라플린으로

목인 2011. 9. 15. 15:19

오늘부터는 날짜를 적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여행 일주일 째 되는 날이다.

한인식당에서 한국보다 더 한국스러운 곰탕으로 아침을 먹고 하나투어 LA지사로 갔다.

 50명이 50인승버스를 타고 며칠동안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좀 싫었다.

사람이 많고 산만하여 신경을 끄고 가다보니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내렸는데 한인마트였다. 화장실 들르고 다시 버스를 타는데 한 무리의 사람이  탔다.

다행히 몇사람이 펑크를 내서 44명이 56인승 버스로 출발하였다.

전쟁의 시작이었다. 우리가 1호차이고 뒤로 몇대의 버스가 시차를 두고 계속 이어 오기 때문에 화장실 가는 것도 전쟁, 밥 먹는 것도 전쟁, 구경하는 것도 전쟁이었다.

한국 사람은 여행조차도 전투하듯이 한다. 그래서 패키지가 싫지만 아직은 혼자 힘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다니고 하는 것이 힘들어 그냥 내 예민함을 탓하며 적응하기로 했다.

바스토우에서 점심을 먹으러 내렸는데 버스 문을 열고 나서자 마자 후끈한 공기가 온 몸을 감쌌다.

40도가 넘는 기온에 바람이 불면 완전 에어컨 실외기 앞에 서 있는 느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습도가 높지 않아 끈적이지 않으니 우리나라의 30도 기온보다 견디기가 나았다.

기온이 체온보다 높을 땐 바람이 불면 더 덥다는 신기한 체험을 했다.

 

점심 후 황량한 건조지대로 들어서 한참을 달려 켈리코 은광촌에 도착하였다.

이렇게 뜨거운 땅에 사람을 불러 모은 것은 역시 돈이었다.

서부영화의 세트장 같은 마을에서 한시간 가량을 보내니 사람이 익어버릴 것만 같다. 처음 접하는 체온보다 높은 기온, 이런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 수 있는지

그래도 호텔(아주 작은), 레스토랑, 수브닐샵들은 운영하며 사람이 살고 있었다. 에어컨이 있어서 가능하단다.   

 

나중에 돌아와 찍은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햇빛이 너무 강해서인지 사진속 풍경이 다른 차원의 지구 또는 딴 행성 처럼 몽환적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휴게소에서도 다른 차보다 한발 앞서 가서 한발 앞서 줄서는 것이 지상의 과제가 되었지만 틈틈이 창밖 드넓고 황량한 모하비 사막의 풍경에 눈길을 고정하고 꼬박 하루를 달렸다. 어디선가 황야의 7인이 말을 타고 나타나 버스와 나란히 달릴 것 같은 상상을 하며... 그중엔 좋은 놈도 있고 나쁜 놈도 있고 이상한 놈도 있을 터.

 

어느새 해가 지고 사방이 어슴프레한데 황량항 사막 저 멀리로 초록색이 띠처럼 이어진 풍경이 보였다.

강이었다.

콜로라도 강.

세상에 물의 힘이 위대하단 것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풍경의 대비가 거기 있었다.

그리고 그 강가에 라플린이 있었다.

여름에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워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이곳에 사람들이 정착을 한 것은 에어컨이 발명되고 나서였다고 한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생명줄 같은 콜로라도 강에 딱 붙어 생긴 라플린은 카지노 호텔로 이루어진 도시였다.

로비를 들어서자마자 넓은 홀을 가득 채운 게임기와 그 앞에 앉은 노인들.

 

저녁 뷔페는 싸고 괜찮았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느라 싼 숙박비와 싼 음식값, 아마도 이곳을 숙박지로 택한 것은 여행사의 그런 계산이 있지 싶었다.

식사를 위해 대기한 줄에서 애리조나에서 왔다는 유쾌한 할아버지를 만났다. 부산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할아버지는 우리보고 대학생이냐고 했고 아니라니까 그럼 고등학생이냐고 눈을 둥그렇게 떴다. 농담인 줄 알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학생이 아니고 선생이다고 하니까 못믿겠다며 놀라시는 할아버지... 유쾌한 할아버지와의 대화도 식사도 다 좋았다.

저녁을 먹고 강가로 나갔다. 밤 9시가 다 되어가는데 여전히 열풍이 부는 바깥이 견디기 어려워 10분 정도 산책을 하고는 들어왔다.  10$ 스토어에서 벨트와 싸구려 악세사리 반지 몇 개를 샀다. 

일찍 자야 한다. 내일은 새벽 네시에 출발한단다. 투덜거렸더니 갈 길이 멀어 그리해야만 한단다.

여행은 전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