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포트 인의 아침 식사는 형편없을 뿐 아니라 시간에 맞춰 준비도 해놓지 않았다.
7시에 출발해야 해서 5시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6시에 식당으로 갔더니 아무 것도 없다. 수런거리는 우리 소리를 들었는지 히스패닉계로 보이는 여자가 게으른 몸짓으로 나와 그제서야 달걀도 삶고 오믈렛을 만들고 과일을 내놓고 한다. 와플을 구워 차가운 시리얼 넣은 우유로 요기를 한 후여서 따뜻한 오믈렛 반접시로 아침 식사를 끝냈다.
혼자서 일행에 합류한 여자분은 탐식을 한다. 보기 흉하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니 어제 몸시 불편해서 교체를 해달라고 했던 그차가 또 왔다. 짜증이 나서 항의를 했더니 짜증난 목소리로 말한다고 선이가 엄청 뭐라 한다.
엉덩이가 배기는 불편하고 좁은 차로 시애틀로 이동하였다.
가는 길에 조그만 휴게소에서 커피를 한잔 했는데 커피값 대신 할 수 있는 만큼 도네이션을 하는 곳인데 딴 생각하느라 이야기를 못들어 커피값을 치루느라 조금 황당한 행동을 했다.
시애틀 퍼블릭 마켓은 살아서 펄떡이는 활기찬 곳이었다. 휴일이어서인지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스타벅스 1호점은 바깥 구경만 했고 맛있는 쿠키 굽는 집에서 쿠키를 사서 나누어 먹고는 내내 인파속을 떠밀려 다녔다. 현지에서 쓸 돈을 거의 준비해오지 않은 외계인같은 분, 30개국을 여행 다녔다면서 현금인출기에서 돈찾는 것도 못하는 아주아주 이상한 그 분 때문에 또 시간을 허비하고 색깔이 선명하고 싱싱한 갖가지 채소와 과일, 생선, 그리고 대부분 메이드인 차이나인 선물가게 등을 돌아다니다 맛있는 점심 먹을 기회도 놓치고 결국 공항에서 샌드위치로 점심 끼니를 때우고는 로스엔젤레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손을 씻다가 반지가 빠져버린 모양이다. 탑승구 입구에서야 반지가 없는 걸 발견했지만 속수무책, 결혼반지에다가 새로 하려면 얼마나 돈이 들어야 할지 생각하니 내내 기분이 우울했다. 평소엔 결혼반지라서 어떻다든가 하는 의식조차 없었는데 막상 없어지고 보니 마음이 영 안좋다. 며칠 전 잃어버린 선글라스까지 합하면 거의 여행비에 맞먹는 거금인데 가슴이 쓰리고 쓰리고 또 아프고 아팠다.
한참을 우울하게 가는데 옆자리의 백인 할머니가 창밖을 보라고 한다. 맑고 건조한 캘리포니아의 여름 하늘 답게 구름한 점 없는데 저 아래로 눈 덮힌 산이 보이고 산 정상에 호수가 있었다. 화산으로 생긴호수냐니까 그렇다 한다. 나는 미국이 처음이고 따라서 로스엔젤레스도 처음이라고 하니 할머니가 놀란다. 미국사람 아니었냐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자기는 시애틀 살고 로스엔젤레스가 네번째라고 한다. 손과 목에 액세서리를 둘둘 감은 멋쟁이 할머니가 별로 멀지 않은 LA에 겨우 네번째라니 새삼 한국사람들이 여행을 더 잘 다닌다는 말이 떠울랐다.
알래스카 항공 국내선 비행기는 좁고 복잡했다.
LA 공항에서 코리아타운으로 가는 큰 도로의 길가에 휴지와 쓰레기가 떨어져 있어서 인상이 별로 안좋았다. 히스패닉계의 사람들이 주로 사는 곳이라 그렇단다.
예약을 해야만 하는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입구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순두부 찌개가 아주 맛있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을 이동하는 데에 쓴 셈이다. 열시간짜리 비행에도 하루가 걸리는데 두시간짜리 비행도 하루가 걸리네 참.
쉐라톤 다운타운 호텔에서 잤다. 별넷짜리 호텔은 고급스러웠지만 잠만 자고 나오니 무슨 소용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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