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또 달려 비슷한 풍경을 지나 산을 내려가니 에이스달에 닿았다. 게이랑에르 피요르의 맨 안쪽 갈라진 두 갈래 중 다른 쪽 피요르를 건너기 페리를 타고 건너편의 발달렌까지 버스를 탄 채 배를 타고 건넜다. 요정의 길로 가기 위해서이다. 요정의 길이라 해서 숲속의 아기자기하고 꽃이 핀 예쁜 길을 상상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요정의 길은 번역이 잘못 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냥 트롤의 길이라 부르기로 한다.
깎아지른 벼랑이나 절벽을 아슬아슬하게 오르내리는 길, 하도 험하고 외지고 아슬아슬해서 사람들이 올 수 없는 곳, 사람은 발을 딛기도 힘들고 트롤들이나 오갈 수 있는 길, 오히려 그래서 사람의 눈에 띄면 나무로 변해버리므로 늘 조심해야 하는 트롤들이 마음놓고 다니던 길이라 해서 트롤스티겐 즉 트롤의 길이라 이름 붙여진 곳으로 엄청난 높이의 암벽 사이에 지그재그로 난 길을 따라 자동차가 달리는데 머리 위에서 폭포가 떨어져 내리기도 하고 발아래로 계곡물이 쏟아져 흘러가기도 한다.
피요르 페리에서 내려서 트롤스티겐으로 향하는 길조차도 마을 고샅길을 아스팔트로 포장만 해 놓은 듯 좁고 꼬불거려 레티스가 다리를 건너는 지점을 놓치고 지나쳐 좁은 길에서 차를 돌려 나오기도 하고 그나마 작은 다리가 진행방향과 거의 직각으로 좌회전해서 건너야 해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여 아슬아슬하게 진입하고 가슴졸이며 창밖과 앞뒤를 살피던 우리 일행은 박수를 쳐주었다. 이후로도 길은 내내 계곡과 예쁜 집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속에 가끔 당근이나 채소를 심은 너른 밭이 나타나기도 하는 꿈에 그리던 풍경이었다. 그러나 그 꿈 같은 풍경의 맨 오르막 정점에는 바로 트롤의 길 전망대가 있었는데 비바람이 몰아쳐 옷이 다 젖어도 끝까지 가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절벽과 그 절벽 위에 아찔하게 걸린 전망대, 폭포, 바위산, 영화 '반지의 제왕'을 연상케 하는 , 아니 지구상의 어느 곳이 아닌 듯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풍경이었다. 아름답고 멋진 휴게소 건물에서 이런 풍경을 보며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는 현지인들을 부러워하며 버스에 다시 올라탔으나 내내 그 풍경이 눈앞에 사라지지 않았다.
고개를 내려가는 길이 바로 트롤의 길이었다. 어떻게 이런 곳에 자동차 길을 낼 생각을 했는지 ... 5월이나 6월 눈이 녹으면 열리기 시작해서 9월까지만 통행이 가능한 이 짧은 시간을 잡아두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먼길 차를 몰아 오는 곳, 언젠가 꼭 다시 한번 여유있게 자동차를 운전해서 가 보고 싶은 곳 트롤의 길이다. 무수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으나 빗물로 시야가 가린 그것도 달리는 버스안에서 찍은 사진은 한장도 온전히 풍경을 살려내지 못한다. 안타깝다.
이 다리를 버스로 건넜다. 진입 직전 직각 우회전을 해야 하는 다리, 좁은 다리
전후진을 다섯번쯤해야 진입할 수 있는
트롤스티겐 전망대와 휴게소
아찔한 트롤스티겐은 우리 여행의 클라이맥스 같은 곳이다.
창밖은 여전히 멋진 풍경이지만 우리는 모두 시들한 표정으로 창밖을 보았고 버스는 계속 달려 E-136 도로와 만났다. 좌회전을 하면 안달스네스를 거쳐서 자동차 광고에서 혹은 세계의 특이하거나 무섭거나 아름다운 길, 믿을 수 없는 길 모음 등등에서 보아왔던 바다로 쏟아져 내리는 모양의 휘어진 다리가 연결되어 있는 유명한 대서양로(어틀랜틱 로드)나 올레순으로 가는 길이었지만 상상 속에서 여행은 계속되고 현실의 우리 여행의 끝은 여기였다. 여태보던 계곡과는 조금 표정이 다른 넓은 강과 기찻길과 현저하게 넓은 도로를 달려 스키장이 있는 휴양지 비욜리에서 오늘의 여장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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