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가 보이는 마을 보스의 역 앞에 내려 시가지를 걸었다.
보스는 서핑이나 카약 같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상주해수욕장 분위기가 나는 숲과 모래사장이 펼쳐진 호수에 작은 요트가 정박해 있고 카약을 타는 사람들이 많다. 햇살은 투명하고 선선해서 스포츠를 즐기기에 딱 좋을 날씨다.
시가지 쪽으로 걸어가니 골의 스터브교회보다는 좀 덜 중세적인 돌로 지은 중세교회가 문이 닫혀있어서 내부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교회 안 마당에 묘지가 있는데 무섭거나 음침한 분위기가 아닌 공원같은 분위기다. 묘비마다 꽃이 놓여있고 추모하는지 기억하려는 건지 사랑한다는 말인지 잔뜩 적혀 있다. 삶과 죽음이 참 가까이 있다는 걸 느낀다.
어느 상점의 문 양쪽에는 귀엽게 생긴 트롤이 버티고 서 있다. 정말 트롤도 이들의 생활 속 곳곳에 있다.
보스에서 뮈르달까지는 일반 열차를 타고 뮈르달에서 플롬 열차로 갈아탄다. 기차는 쾌적하고 조용하고 양쪽 풍경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아름답고 깨끗하고 장엄했다. 때로는 급류치는 협곡이, 또 어느새 호수가, 그러다 금새 눈덮인 우람한 산봉우리들이 다가와 기차 안을 기웃대고는 지나간다. 하루종일 끝없이 가도 좋겠다.
뮈르달역에서 산악자전거를 탈 수 있다 했는데 우리는 바로 플롬으로 가는 산악 열차가 와서 탔다. 투명하리만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초록 그 자체인 숲과 폭포와 그림 같은 집이 띄엄띄엄 있는 계곡을 달리다 열차가 선다. 오른쪽 창으로 엄청난 수량의 효스폭포가 굉음을 내며 쏟아지고 오후 햇살이 무지개를 만들어 다들 환호성을 지른다.
원래 이 열차는 플롬역에서 출발해 효스폭포에서 잠깐 정차한 다음 종착역인 뮈르달에서 한시간을 머무르다 다시 플롬으로 돌아가는 원점 회귀 열차인데 우리는 편도만 이용하는가 보았다. 그래서 뮈르달에서 차도 마시고 산길도 걸어보는 과정은 생략.. 또 아쉬움.
그래도 꿈에라도 다시 와 보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구간이다.
플롬에 도착하니 캐러반파크에 많은 캠퍼밴들이 들어와 있고 기차에서 내린 관광객들을 태우기 위해 버스들도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다. 나중에 신랑하고 캠핑카로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한다.
보스 역 인근의 다운타운 풍경
보스의 중세교회와 교회안 묘지
호숫가 주변 마을
보스역에 서 열차를 기다리며
보스에서 뮈르달까지 기차 차창밖 풍경
플룸열차 정차구간 효스폭포
플룸열차 구간의 수많은 폭포 중 하나
플룸 열차 창밖 풍경
종착역인 플룸 마을
플룸 역 풍경
플럼에서 뢰르달까지 가는 길은 호수를 끼고 달리며 몇개의 마을을 지나는데 대부분 휴양마을인듯 호텔이나 캐러반파크가 많이 보였다. 올란스방겐, 스쿨스방겐, 등등 제대로 읽기가 어려운 이정표가 세워진 몇개의 마을을 지나자 곧 뢰르달터널이 시작되었다. 세게에서 가장 긴 자동차 도로 터널로 길이가 무려 24킬로이다. 자동차를 통째로 싣고 피요르를 건너고 깍아지르는 절벽을 품은 산은 터널로 뚫어 복잡한 만과 산악지대 투성이인 노르웨이에서 의외로 자동차 통행은 잘 연결된다.
나는 가벼운 폐소공포증이 있어서 죽령터널을 지날때도 의식을 하면 가운데쯤 가면 호흡이 약간 곤란해지는데 여기서는 20분을 넘게 터널을 달리니 덜컥 겁이 났다. 아예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나를 선이가 흔들어 저것보라고 해서 눈을 뜨니 터널 내벽은 바위가 그대로 노출된 자연 동굴 같고 중간중간 갖가지 색깔의 조명등과 그림, 조형물들이 있다. 졸지말라거나 쫄지말라는(나같은 부류의 사람들이게) 배려인 것 같다. 길고긴 터널을 뚫고 달려서 나왔나 싶더니 또하나의 터널이 나온다. 포드니스터널로 만만찮게 길지만 워낙 긴 뢰르달터널을 뚫고 나와서인지 좀은 싱겁게 통과하고 포드니스 페리 선착창에서 버스를 탄채로 페리에 올라 피요르를 건넜다. 오늘은 저녁을 무척 늦게 먹을 것 같다. 오후 8시가 넘었지만 아직도 해는 지지 않고 오후햇살아래 피요르는 그림처럼 평화롭게 반짝인다.
강과 피요르가 만나는 올란스방겐
송네피요르 안쪽 북안의 가장 큰 마을 송달을 건너편에서 본 풍경
호텔 이름이 송네피요르호텔이어서 송달 쯤 있을 줄 알았는데 페리에서 내려 송네피요르 북안을 삼십분이나 더 달리고도 아직 더 남았나보았다. 송달은 마트도 있고 호텔, 카페, 공장도 보여서 이정도에 머무르면 저녁 산책 해야지 했는데 20분쯤 더 달려 밤 9시 무렵에 레이캉에르 마을의 호텔 송네피요르에 도착했다. 지치고 배고프고 엘리베이터는 작아서 한참 기다리고 아홉시반이 넘어 저녁식사를 했다. 피요르가 내려다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아도 입맛이 별로 없어 요거트와 베리와 과일만 뜸뿍 가져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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