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해외여행기

베트남여행 마지막 날

목인 2013. 1. 27. 12:18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고 테라스로 나가 건너편 하롱베이의 숲 같은 섬을 보았다.

'이만한 전망을 가진 집에 살려면 여기서는 얼마나 필요할까?' 같은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출발 시간.

하롱시내로 가서 몇군데 쇼핑 센터를 들르고 옌뜨를 향해 출발했다.

갑자기 결정한 여행이라 공부를 안해 여행 상품 설명의 내용만 보고 옛 수도 정도 되는 도시인 줄 알았는데 그냥 절이었다.

더운 지방이어서 사람들이 산을 오르기를 싫어해서인지 아님 워낙 산이 귀한 베트남이어서인지 제법 높아보이는 산으로 오르는 로프웨이가 멀리서부터 보였다.

상당히 높은 지대에 위치한 절로 가기 위해 오르막으로 버스가 내내 달렸고 창밖으로는 우리나라의 흔한 계곡 같은 풍경이 지나쳤다.

 죽림안자(竹林安子)라고 적힌 절의 입구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계단을 올라 저아래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의 암자에 다다랐다. 가파른 계단 위 이 절의 창건자인, 베트남의 왕이었다가 출가하여 수행 중 다시 왕을 이을 아들이 없었기에 백성들의 부름에 아들을 낳을 동안 왕으로 돌아갔다가 아들을 얻은 후 다시 승려가 되었다는 죽림안자의 묘 와 인근 승려들의 부도인 듯 한 탑들..  

 

 옌뜨국립공원을 나와 하노이로 향하는 길은 무질서의 극치였다. 끊임없이 중앙선을 넘어 위험하게 추월하는 차들, 교차로 진입의 원칙이나 법규는 무시되고 먼저 들어서는 이가 임자였다. 드디어 어제 중간에 들렀던 휴게소 근처 다리 공사하는 곳에 이르러 놀랄만한 베트남 운전자들의 질서의식을 구경했다.

 왕복2차로지만 도로공사로 한쪽 차선만 통행이 가능하여 오가는 차가 서로 교행을 하는데우리 쪽 차선 차례를 기다리는 중 뒤에서 기다리던 차들이 슬금슬금 움직이더니 오른쪽 인도 쪽에 두개의 열을 더 만들어버렸다.

그뿐이랴 이번엔 아예 반대 쪽 차선으로 한대의 차가 들어선다.

'어 저 앞에 트럭오는데 저차 어쩌려고?'

하는데 그 뒤를 따라 들어간 몇대의 차 중 두대가 반대쪽 인도 쪽으로 또 추월을 시도하여 편도1차선 도로에 5개의 줄이 만들어지고 차들은 뒤엉켜 꼼짝 못하게 되었다. 반대쪽 차가 빠져야 우리 방향이 움직일텐데 ,,,, 근데 더 웃긴 건 자기 차선을 가로막은 차들에게 화를 내지도 않고 트럭 운전자는 차에서 문을 열어놓은 채 어디론가 가버렸다. 베트남의 운전자들 수준에 대해 가이드가 설명을 한다. 다들 어이없음에 웃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맘을 먹었다. 꽁안이 오고 저쪽 차선을 막은 차들이 긴긴 후진을 하여 차를 뺴고 멈춰선 차들이 움직이기까지 30분이 넘게 걸렸다. 나중에 출발하면서 보니 교차 통행지점은 겨우 20미터 앞 이었다. 그곳을 통과하는데 그 전 대기 시간까지 합하면 한시간이 걸렸다.
하노이에 도착하니 서쪽하늘로 노을이 지고 있었고 시내에 들어서자말자 우리는 엄청난 오토바이의 행렬에 입을 딱 벌렸다. 퇴근시간의 하노이 시내 오토바이 행렬은 놀라움과 두려움의 장관이었다.

하노이 시내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라텍스 매장. 이번 여행엔 쇼핑 안할거라고 다짐했었는데 아무도 쇼핑 안하니 가이드 보기가 좀 안됐고, 두번째 스프링 매트 침대 쓸 떄 샀던 4센티 라텍스가 흙침대로 바꾸니 너무 안 푹신하다는 불평을 해대던 신랑이 10센티 매트리스에 누워보았고  좋다를 연발하면서 사잔다. 내년 쯤 바꾸려고 생각하며 수원 에이케이백화점에서 봐두었던 것과 엄청난 가격차에 약해진  내가 슬그머니 물어봤다. 여긴 가격이 다른데 보다 싼 건가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보다 베트남 캄보디아가 싸고 또 지금 달러 하락으로 다른 때 보다 더 싸다고 한다. 결국 또 질렀다. 그것도 12센티짜리로. 여행을 끝내고 2주일 후에 도착하여 사용하고 있는 지금 좋긴 정말 좋다. 아들이 자꾸 내 침대에 와서 잔다.

수상인형극 공연장으로 갔다. 소박한 인형극이 참 좋았다. 농경사회였던 베트남 사람들의 일과 여가, 그리고 생활에 대해서 엿볼 수 있었고 잔잔한 코믹적 요소도 들어있어서 즐겁게 보았다. 재미없다고 투덜거리는 우리팀 할머니들, 우리 뒷자리에 앉아서 끊임없이 떠들던 초로의 한국인들 떄문에 좀 부끄러웠다. 보다 못한 내 앞자리의 백인 할아버지가 뒤돌아보면서 인상을 팍 쓰는데 정말 나한테 그러는 것처럼 부끄럽고 미안했다. 화장실 갔다가 조금 늦게 온 일본인 아주머니의 소근거리듯 스미마셍.. 하면서 조심스럽게 자리를 찾아 앉는 모습과 참 대조적이었다.  

수상극 공연장

농경사회의 모습을 표현한 장면

 

저녁을 먹고 하노이 공항 가는 길에 커피 매장에 들렀다. 베트남 커피가 좋다길래 좀 사려고 했는데 12월에 로스팅 한거라 해서 그만두었다. 싸지도 않았다.

올 때는 하노이공항이 시골 공항 같았는데 떠날 때 보니 제법 세련된 모습이었다. 다음에 오면 더 많이 바뀌어 있을 거란다. 다음에 또 갈 기회가 있을까?  아마도 남쪽 호치민쪽이나 휴양지 나트랑 같은 곳으로 가게 되겠지... 베트남, 소박하고 역동적이고 약간은 무질서하고 그래도 나름의 색깔을 지키고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