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 운동회였는데 구름이 잔뜩 낀 데다가 빗방울 몇개까지 떨어져서 먼지도 안나 운동회날로서는 그만이었다. 사실 교과서에 자주 실리는 구름 한점 없는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만국기가 휘날리는 날 운동회를 하는것은 얼마나 중노동인지 모른다. 날 잘 잡았다.. 하늘이 돕는다는 말로 동료들과 덕담을 나눌 때만 해도 하늘은 내 편인 줄 알았다.
콧노래라도 흥얼거릴 듯 신이난 들러리 앞세워 시장을 보고 짐을 꾸려 출발 할때도 빗방울 몇개 떨어지는게 대수인가 했는데 고속도로 올려서 10여분도 채 못가서 평산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리산에 호우주의보가 내려 입산통제라고 , 덕유산도 강풍에다가 호우주의보 라고 서울팀 출발 보류했다고 .... 어쩌나 다음 나들목에서 차를 돌려서 돌아가나 아니면 우리끼리 어디 가서 바람이나 쐬나 고민 중에도 차는 앞으로만 나가고,, 열번도 넘는 전화가 오가고 나서 덕유산에서 국립공원구간이 아닌 곳으로 입산하여 강행하자고 결정, 그리고 액셀을 신나게 밟았다.
의령을 지날때까지만 해도 한두방울 오락가락하던 비가 산청의 지리산자락으로 들어서자마자 폭우로 바뀌었다. 애고야...서울쪽 분들 먼길 와서 산에도 못가고 정말 여기서 차 돌려야 하는것이 아닌가 고민하다가 다시 조앤님께 전화를 걸었다. 7시가 넘었는데 차가 너무 밀려 아직 서울도 채 못벗어나셨다고...
" 조앤님 여기 비가 엄청나게 오는데요. 힘들게 오셔서 산에도 못가면 어떡하죠?"
조앤님 말씀
"그건 하늘이 알아서 하실 일이고 일단 가야죠"
(우리 오지 맏언니의 방장님 못지 않은 뚝심과 추진력 새삼 감복했어요)
다시 산청을 벗어나 함양으로 접어드니 빗줄기가 약해진다. 빗줄기 따라 심장 박동도 줄었다 늘었다... 늦어지는 서울팀에 시간맞추느라 함양 휴게소 앞 나무 벤치에 앉아 들러리와 함께 커피를.. 분위기도 좋고 떨어지는 빗방울도 시적이었다.
만나기로 한 육십령으로 오르는 길에도 바람은 불었다 그쳤다.. 비도 내리다 말다... 대간꾼들이 달아놓고간 빨강 파랑 리본들이 이곳이 대간 종주의 중간 쉼터임을 알려 주는 육십령휴게소에 방을 정하고 주인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작 산에는 30년쯤 전에 남덕유산서봉(장수 덕유산)에 오른 것이 고작인데도 그간 들른 산꾼들에게 얻어들은 풍월로만도 거의 전문가 수준이었다. 허름한 조립식 건물 안에 앉아 있으니 비가 내리면 천장에서 콩을 볶는 소리가 들린다.
거의 도착해간다는 평산님 전화를 받고 서상 나들목으로 마중을 나가 기다리는데 평산님 전화. 도착했다는 전화인줄 알았더니 덕유산휴게소에서 식사하고 오신다고... 다시 육십령으로 돌아와 들러리와 소세지 몇조각과 열무김치를 안주로 소주 한잔하면서 일기예보를 보니 열한시에 지리산 기상특보 해제란다.자정이 좀 넘어서 밖에 차소리가 나 나가보니 반가운 얼굴들이 우르르 나오신다. 조앤님 울림님 펌킨님 평산님..
엄청난 체증과 빗길을 뚫고 오신 전사님들과 자리에 누운것은 거의 새벽한시. 새벽 네시에 기상하여 지리산에 전화해보고 기상특보 없으면 지리산으로 가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새벽 네시 휴대폰의 알람이 울리고 1분만 더 잤으면 하는데 평산님 휴대폰 불빛을 들이대며 재촉하셔 부랴부랴 일어나 얼른 짐챙기고 밤중에 도착해서 차에서 주무시는 하늘땅님 깨워 지리산으로 향했다. 새벽인데도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가는 길 중간에 비가 쏟아지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그만하다 싶으면 또 안심이 되고 특보는 해제되었는데 예비특보가 내려 입산가능 여부는 불투명 . 안되면 다시 돌아가 육십령에서 덕유산 삿갓재 구간을 타기로 하고 빗물로 번들거리는 어둑한 고속도로를 달려 여원재에 도착하니 다섯시 반, 동쪽 하늘이 휘뿌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여원재에 조앤님과 하늘땅님 차를 주차하고 우리 무쏘에 일곱명이 사이좋게 끼어 앉아 달궁야영장으로 가서 육십령에 들렀다가 이쪽으로 오신 청솔님과 만나 서둘러 아침식사 준비. 된장찌개와 밥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점심밥까지 챙겨서 출발 .
성삼재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오는데 바람에 차가 날려가면 어쩌나 슬며시 걱정이 되었다. 성삼재 고갯마루에서 서북쪽으로 난 서북능선길에 오른것은 8시 10분경(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다보니 시계를 거의 안써서 손목시계까 없는데 산에 갈때를 위해 하나 준비해야겠다. 번번이 하늘땅님께 몇시예요 물었다. 대간 후기를 쓰려면 시간을 정학하게 기록해야하는데...)
준비한 지도와 대간종주기를 차에 두고와 짐작으로 여기가 고리봉인가 했는데 고만고만한 능선의 봉우리에 표지석이 없으면 비구름 속에서 어딘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종종 대간종주기에 보면 독도불가능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런 상황인가보다. 비구름 속에서 지리산 봉우리와 골짜기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만복대구간의 중간쯤에서 잠시 구름이 걷혀 발아래 세상이 드러나는데 일행들이 탄성을 지른다. 내려다 보니 지리산온천랜드가 있는 마을이었다. 사방 먹구름속에 햇빛이 비치는 아늑한 동네. 아마도 누가 이상향을 찾는다면 저런 곳이 아닐까 싶었다.
다시 비가 쏟아지고 거센 바람에 밀리기도 하면서 만복대에 이르렀다. 여기가 이번 종주 구간의 최고봉, 증명사진을 찍고 정령치를 향하는데 이미 등산화는 젖어서 질퍽거리고 땀인지 빗물인지 온몸이 젖어 이제는 비가 내리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비가 와도 이미 젖은 자는 더 이상 젖지 않는다" 라는 임영태의 소설 제목이 생각났다. 정말로 그랬다.
성삼재에서 정령치까지는 거의 소풍 나온기분으로 산책을 했다.
오름길 내림길이 다 급하지 않고 한두군데만 빼면 완만한 능선길이라 날이 좋으면 오른쪽의 뱀사골과 지리산능선, 왼쪽의 구례와 남원의 누렇게 벼 익어가는 들판과 올망졸망한 남도의 산들, 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 자리 잡은 그림같은 마을 들 전망이 눈맛을 시원하게 해 줄 것 같다.
늘 차로만 와보았던 정령치 휴게소로 내려오는 마지막 길은 나무계단이었다. 잠시 지리산 종주때의 계단 악몽이 되살아났지만 악몽이라 하기엔 그 계단이 너무 짧았다.
휴게서로 들어가 우의를 멋고 모자를 멋어보니 머리를 감은듯 완전히 젖어있었다. 물에 빠진 생쥐인데도 배낭만은 무사하였다. 청솔님은 등산화를 멋어 물을 따라내시고 들러리는 양말을 멋어서 물을 짜고.. 평산님이 가져온 따뜻한 커피에 하늘땅님이 사오신 맛있는 찰떡빵 그리고 과일 양갱 등등으로 허기를 달래고 다시 고리봉(큰고리봉)을 향하는데 단숨에 고도를 이백미터 이상 높이는 구간이라 바위를 타고 기어 오르는 구간이었다.
콧노래라도 흥얼거릴 듯 신이난 들러리 앞세워 시장을 보고 짐을 꾸려 출발 할때도 빗방울 몇개 떨어지는게 대수인가 했는데 고속도로 올려서 10여분도 채 못가서 평산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리산에 호우주의보가 내려 입산통제라고 , 덕유산도 강풍에다가 호우주의보 라고 서울팀 출발 보류했다고 .... 어쩌나 다음 나들목에서 차를 돌려서 돌아가나 아니면 우리끼리 어디 가서 바람이나 쐬나 고민 중에도 차는 앞으로만 나가고,, 열번도 넘는 전화가 오가고 나서 덕유산에서 국립공원구간이 아닌 곳으로 입산하여 강행하자고 결정, 그리고 액셀을 신나게 밟았다.
의령을 지날때까지만 해도 한두방울 오락가락하던 비가 산청의 지리산자락으로 들어서자마자 폭우로 바뀌었다. 애고야...서울쪽 분들 먼길 와서 산에도 못가고 정말 여기서 차 돌려야 하는것이 아닌가 고민하다가 다시 조앤님께 전화를 걸었다. 7시가 넘었는데 차가 너무 밀려 아직 서울도 채 못벗어나셨다고...
" 조앤님 여기 비가 엄청나게 오는데요. 힘들게 오셔서 산에도 못가면 어떡하죠?"
조앤님 말씀
"그건 하늘이 알아서 하실 일이고 일단 가야죠"
(우리 오지 맏언니의 방장님 못지 않은 뚝심과 추진력 새삼 감복했어요)
다시 산청을 벗어나 함양으로 접어드니 빗줄기가 약해진다. 빗줄기 따라 심장 박동도 줄었다 늘었다... 늦어지는 서울팀에 시간맞추느라 함양 휴게소 앞 나무 벤치에 앉아 들러리와 함께 커피를.. 분위기도 좋고 떨어지는 빗방울도 시적이었다.
만나기로 한 육십령으로 오르는 길에도 바람은 불었다 그쳤다.. 비도 내리다 말다... 대간꾼들이 달아놓고간 빨강 파랑 리본들이 이곳이 대간 종주의 중간 쉼터임을 알려 주는 육십령휴게소에 방을 정하고 주인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작 산에는 30년쯤 전에 남덕유산서봉(장수 덕유산)에 오른 것이 고작인데도 그간 들른 산꾼들에게 얻어들은 풍월로만도 거의 전문가 수준이었다. 허름한 조립식 건물 안에 앉아 있으니 비가 내리면 천장에서 콩을 볶는 소리가 들린다.
거의 도착해간다는 평산님 전화를 받고 서상 나들목으로 마중을 나가 기다리는데 평산님 전화. 도착했다는 전화인줄 알았더니 덕유산휴게소에서 식사하고 오신다고... 다시 육십령으로 돌아와 들러리와 소세지 몇조각과 열무김치를 안주로 소주 한잔하면서 일기예보를 보니 열한시에 지리산 기상특보 해제란다.자정이 좀 넘어서 밖에 차소리가 나 나가보니 반가운 얼굴들이 우르르 나오신다. 조앤님 울림님 펌킨님 평산님..
엄청난 체증과 빗길을 뚫고 오신 전사님들과 자리에 누운것은 거의 새벽한시. 새벽 네시에 기상하여 지리산에 전화해보고 기상특보 없으면 지리산으로 가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새벽 네시 휴대폰의 알람이 울리고 1분만 더 잤으면 하는데 평산님 휴대폰 불빛을 들이대며 재촉하셔 부랴부랴 일어나 얼른 짐챙기고 밤중에 도착해서 차에서 주무시는 하늘땅님 깨워 지리산으로 향했다. 새벽인데도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가는 길 중간에 비가 쏟아지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그만하다 싶으면 또 안심이 되고 특보는 해제되었는데 예비특보가 내려 입산가능 여부는 불투명 . 안되면 다시 돌아가 육십령에서 덕유산 삿갓재 구간을 타기로 하고 빗물로 번들거리는 어둑한 고속도로를 달려 여원재에 도착하니 다섯시 반, 동쪽 하늘이 휘뿌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여원재에 조앤님과 하늘땅님 차를 주차하고 우리 무쏘에 일곱명이 사이좋게 끼어 앉아 달궁야영장으로 가서 육십령에 들렀다가 이쪽으로 오신 청솔님과 만나 서둘러 아침식사 준비. 된장찌개와 밥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점심밥까지 챙겨서 출발 .
성삼재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오는데 바람에 차가 날려가면 어쩌나 슬며시 걱정이 되었다. 성삼재 고갯마루에서 서북쪽으로 난 서북능선길에 오른것은 8시 10분경(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다보니 시계를 거의 안써서 손목시계까 없는데 산에 갈때를 위해 하나 준비해야겠다. 번번이 하늘땅님께 몇시예요 물었다. 대간 후기를 쓰려면 시간을 정학하게 기록해야하는데...)
준비한 지도와 대간종주기를 차에 두고와 짐작으로 여기가 고리봉인가 했는데 고만고만한 능선의 봉우리에 표지석이 없으면 비구름 속에서 어딘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종종 대간종주기에 보면 독도불가능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런 상황인가보다. 비구름 속에서 지리산 봉우리와 골짜기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만복대구간의 중간쯤에서 잠시 구름이 걷혀 발아래 세상이 드러나는데 일행들이 탄성을 지른다. 내려다 보니 지리산온천랜드가 있는 마을이었다. 사방 먹구름속에 햇빛이 비치는 아늑한 동네. 아마도 누가 이상향을 찾는다면 저런 곳이 아닐까 싶었다.
다시 비가 쏟아지고 거센 바람에 밀리기도 하면서 만복대에 이르렀다. 여기가 이번 종주 구간의 최고봉, 증명사진을 찍고 정령치를 향하는데 이미 등산화는 젖어서 질퍽거리고 땀인지 빗물인지 온몸이 젖어 이제는 비가 내리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비가 와도 이미 젖은 자는 더 이상 젖지 않는다" 라는 임영태의 소설 제목이 생각났다. 정말로 그랬다.
성삼재에서 정령치까지는 거의 소풍 나온기분으로 산책을 했다.
오름길 내림길이 다 급하지 않고 한두군데만 빼면 완만한 능선길이라 날이 좋으면 오른쪽의 뱀사골과 지리산능선, 왼쪽의 구례와 남원의 누렇게 벼 익어가는 들판과 올망졸망한 남도의 산들, 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 자리 잡은 그림같은 마을 들 전망이 눈맛을 시원하게 해 줄 것 같다.
늘 차로만 와보았던 정령치 휴게소로 내려오는 마지막 길은 나무계단이었다. 잠시 지리산 종주때의 계단 악몽이 되살아났지만 악몽이라 하기엔 그 계단이 너무 짧았다.
휴게서로 들어가 우의를 멋고 모자를 멋어보니 머리를 감은듯 완전히 젖어있었다. 물에 빠진 생쥐인데도 배낭만은 무사하였다. 청솔님은 등산화를 멋어 물을 따라내시고 들러리는 양말을 멋어서 물을 짜고.. 평산님이 가져온 따뜻한 커피에 하늘땅님이 사오신 맛있는 찰떡빵 그리고 과일 양갱 등등으로 허기를 달래고 다시 고리봉(큰고리봉)을 향하는데 단숨에 고도를 이백미터 이상 높이는 구간이라 바위를 타고 기어 오르는 구간이었다.
출처 : 오지의 마을과 산과 계곡
글쓴이 : 목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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