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마운틴 정션 바로 앞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맞은편 주유소 건물의 선물가게에서 캐년 그림이 새겨진 소줏잔을 몇개 사고 출발할 즈음엔 빗줄기가 제법 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캐년이라... 조망은 좀 덜해도 어쩌면 노르웨이의 수많은 일시적인 폭포처럼 그런 풍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이 적중했다. 자이언캐년을 넘어 라스베거스로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올라 너른 고원 평지를 지나자 차창 양쪽으로 자이언 캐년의 남성적인 바위 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건조한 여름에 왔을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으로 군데군데 비가 만든 길다란 폭포 물줄기기가 보이고 바위 산 중간을 감싸고 도는 구름이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 여기가 선경인가 싶다.
중간중간 창문이 뚫린 터널을 지나 S자 내리막길을 두어 굽이 내려가 거의 절벽 중간쯤에 차를 세울만한 공간이 있고 거기 내려 사진을 찍다가 순간 휘청하여 떨어질 뻔했다. 내려다 보니 아찔한 절벽이었다. 휴우
버진강이 협곡을 만들어 서브웨이 트레일 같은 협곡 트레킹, 무서울만큼 아찔한 바위 봉우리를 오르는 장면 같은 것을 '모션'이나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같은 프로그램에서 여러번 보았는데 우리 같은 여행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공원 구역을 거의 통과하여 반대쪽 입구에 있는(라스베이거스쪽에서 들어가면 입구 쪽) 방문자 센터에 가니 셔틀버스가 다닌다. 버진강을 따라 협곡 중간까지 버스가 들어가지만 개인 차량은 불가능하고 셔틀만 다니는가 보다. 오늘이 일요일이고 올해 처음으로 트레일이 오픈되었고 그래서 셔틀도 오늘부터 다닌다고 안내되어 있다. 그것도 주말에만.
휴게소 마당 전망대에서 건너편 봉우리 정상 바로 아래부분의 내츄럴 브릿지를 올려다 보았다. 캐나다 로키산맥에 있는 내츄럴 브릿지는 다리의 역할이 매우 충실한 강을 건너는 다리였다면 저 다리는 아름답고 무지개 다리 같은 환상과 현실 사이에 걸쳐있는 것 같다. 구름 사이로 드러났다 감춰졌다 하는 것이 더욱 그런 느낌이다. 신랑은 어디에 그런게 있느냐고 자꾸 묻고 아무리 설명해줘도 못찾는 답답함에 싸울 뻔 했다. 보이기 시작하면 선명한데 보이기 전엔 아무리 설명해도 안보이는 게 참 신기하다. 신랑은 끝내 사진 속의 그 다리를 산위에서 발견해내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드라이빙 가이드의 한국인 마피아 이야기를 들으면서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은 멀었다.
라스베가스에 도착해서 스트라토스피어 전망대에 올랐다. 언제부터인가 가벼운 고소공포증 증세로 헬기 투어나 열기구 투어 종류는 모두 피하고 있어서 내심 기분이 안좋았지만 막상 전망대에 오르니 쾌청한 날씨에 라스베가스 주변의 산줄기와 그 사이 펼쳐진 모래 평원과 도시의 기묘한 어울림이 아름다웠다. 전망대 바에서 모히또 한잔씩 했다.
라스베이거스에 가면 누구나 들르는 베네시안호텔에서 이탈리아에 온 기분을 내며 산책을 하고 젤라또를 먹고 곤돌라 패스, 몇가지 기념이 될만한 소품울 사고 룩소르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일행들은 시티투어를 나갔는데 우리는 따로 걸어서 시내구경을 했다. 불빛이 찬란하고 즐거운 사람들이 넘쳐나는 거리와 호텔들 사이로 난 중심가를 걸어서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를 보고 명품 쇼핑몰 구경하고 바에서 새우구이를 안주삼아 코로나 맥주 한잔씩 했다. 맥주를 안주와 같이 마시는 사람은 우리뿐 인듯. 그래도 새우는 신선하고 탱글하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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