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해외여행기

2017년 2월 앤털롭 캐니언 그리고 캐납

목인 2017. 2. 23. 17:44

모뉴먼트밸리에서의 꿈속 같은 시간 속에서 나와  현실로 돌아오기까지 꽤 걸렸다.

카이엔타의 버거킹에서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었는데 전지현 광고를 따라 했다.

 " 그래 니가 킹이다. 킹." 

직화로 구운 패티가 기름이 쫙 빠져 담백하고 불맛까지 나는데다가 소스도 짜거나 달지 않아 담백하고 맛있었다. 미국에서 온 영어선생들이 늘 한국 햄버거는 맛이 다르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계속 가면 콜로라도의 덴버에 이른다는 160번 길을 이번엔 거꾸로 돌아온다.

한시간쯤 곧게 뻗은 길을 달려 갈림길에서 온길을 버리고 유타주로 이어지는 오른쪽길 98번 도로로 접어들자 길가에 물이 새긴 듯한 물결 무늬 새겨진 바위들이 보인다.  

서쪽으로 달려 페이지에 도착해서 월마트에서 화장실도 가고 물도 샀다. 라면도 있고 햇반도 판단다. 계획 중인 친구들과의 렌트카 여행 때 여기서 장을 보면 되겠다.

엔털로프캐니언은 페이지 시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오는 내내 비가오면 통과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걱정했고 도착했을 때도 가랑비가 내려 안 될 줄 알았는데 이 정도 비면 가능하단다.

햇빛이 나지 않아서 앤털로프캐니언의 빛의 요술 같은  무늬를 못 볼 것 같은데 나바호 가이드는 괜찮을 거라 했지만 나중에 보니 역시 숱한 사진에서 보았던 그 오묘한 색깔은 볼 수 없었다.

인포메이션 건물이 너무 허술해서 인디언 차별인가 싶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우리 나라 사람과 같은 피가 흐른다는 나바호 청년은 남미 인디언과 비슷하게 생겼다. 일행 중에 영어를 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 그나마 내가 통역을 해야 했다. 이런 곳에서 가이드를 하며 사는 것도 괜찮겠다 싶지만 나바호족만 가이드를 할 수 있단다. 비가 내리는 붉은 모래밭을 걸어 캐니언 입구에 도착했다. 광량이 적어서 듣던만큼 환상적인 풍경은 아니었지만 물이 깎아낸 골짜기는 신비스러웠다.

smiling shark, beautiful lady, eagle 등 물이 빚어낸 조각들도 보고 포인트마다 사진도 찍었다. 가랑비가 오락가락  내려 숱한 사진 속에서 본 색감은 볼 수 없지만 먼지가 안나서 좋았다. 건조할 때는 먼지가 정말 대단할 것 같다.

나오면서 구글맵을 켜보니 horse shoe band가 멀지 않은 것 같은데 지나쳐 글랜 캐년 댐으로 간다. 유람선 타는 곳이 저멀리 보이고 여름에 왔을 때보다 수위가 많이 높고 시원하기도 해서 이때 쯤 다시 오면 좋겠다. 













캐납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으러 스테이크하우스로 갔다. 나이가 좀 많아보이는 한국 단체 관광객이 씨끄럽게 홀을 꽉 채우고 있다가 우리가 들어가니 한둘씩 일어나 나가고 넓은 홀엔 우리만 남았다.

스테이크도 아주 괜찮았고 서빙하는 카우걸도 예뻤고 더 좋은 건 이쁘게 생긴 카우보이 복장의 젊은 남자애가 불러준 감미로운 노래였다. 기분에 5달러를 팁으로 주고 존 덴버의 노래를 따라불렀다.

숙소에 짐을 두고 밖으로 나오니 시가지쪽 하늘에 풍등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프레지던트데이 전야제 행사를 하고 있었고 온 마을 사람들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나와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푸드트럭들 거리에서 맥주한잔 할까 했는데 술이 없다. 이 곳이 유타주임을 실감했다. 몰몬교도들이 건설한 유타주에서는 술은 술집에서만 팔지 거리에서는 술을 파는 곳이 없다.  5년전에 왔을때 보았던 마트에 가서 과일을 살까 하고 시내를 가로질러 걸었는데 생각보다 멀어서 중간에서 돌아왔다. 유쾌하고 장난꾸러기인 할아버지 귀신이 나온다는 inn, 마을 광장 같은 마당을 가진 뮤지엄, 그리고 초등학교, 수많은 호텔들이 늘어선 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