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해외여행기

나바호 인디언과 만나다-2017 2월 모뉴먼트 밸리

목인 2017. 2. 23. 17:25

플래그스탭, 아침 7시, 비가 내리고 있다. 

호텔 조식당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출발할 때도 비가 내리고 있다.

잠깐 넓고 쭉 뻗은 40번 고속도로를 달리다 곧 왕복 2차선의 89번 도로로 접어 들 무렵 잠깐 진눈깨비가 내린다. 여태 좋기만 했던 날씨의 행운이 오늘로 끝인가 하며 창밖을 내다본다.

출발한지 한시간 가량, 여태까진 길이 비록 왕복 4차선에서 2차선으로 줄어들었지만 오가는 차들이 꽤 많았는데 160번 도로로 접어드니 주변에 마을도 거의 없고 붉고 황량한 대지가 펼쳐진 애리조나의 황야였다.

사람이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척박한 땅 군데군데 옹색해 보이는 집들이 있고 소나 말은 보이지 않아도 목장인지 울타리도 있다. 눈에 보이는 끝까지, 보이지 않는 더 멀리까지도 이 일대 전체가 나바호 자치국이다. 마을도 띄엄띄엄 있고 보이는 집들도 옹색하다. 마을마저도 주유소나 휴게소가 있는 큰 마을은 거의 없어 자동차로 이곳을 오려면 기름을 넉넉히 채워서 와야 할 것 같다.

카이엔타의 휴게소에서 물도 사고 과자도 사고 커피를 마시고 나서 160번 도로보다 더 좁고 노면도 거친 163번 길로 들어서자 가까이에 바위 봉우리들이 보인다. 큰 것은 메사, 작은 것은 뷰트라 부른단다.

달리는 버스 앞으로 풍경 하나가 들어와 전면 차창을 꽉 채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톰 행크스가 달린 그 길이다. 황량하게 넓은 대지 위로 실같은 길이 시선 끝까지 이어져 순간 정지화면처럼 느껴졌다.  톰 행크스처럼 달려보고 싶다. 비 핑계를 대면서 참는다.

여전히 비는 내리지만 하늘이 훨씬 가벼워져 혹 날씨의 여신이 오늘도 은혜를 베풀어주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그리고 이십여분 마침내 이 여행의 목적지인 모뉴먼트밸리에 도착했다. 비가 그치고 구름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기념품 가게에 들러 세도나에서 산것보다 조금 작은 드림캐쳐를 또 사고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나서 나바호 인디언 청년이 운전하는 지프에 올랐다. 제롬이라는 청년은 순하고 순수해보여서 좋았다. 저 바위는 말보로 광고를 찍은 곳이고 저 바위는 세자매봉이고 또 이곳은 로렌조오일 영화촬영지이고 설명을 해준다. 

어느새 햇빛이 나고 하늘이 맑아서 남편에게 점프를 해보라 하니 좋아서 뛰는데 너무 높이 뒤어 카메라 앵글 밖으로 나가버린다. 이곳에 그렇게 오고 싶어했었는데 좋아하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다.

"말보로 광고 찍은 이 곳에 와서 담배 한 대 피는 게 버킷리스트 1호 였는데 담배를 끊어버려서 정말 아쉽다"

고 투정을 부려댄다.

길은 풍경의 완성이다. 메사도 있고 뷰트도 있는 붉은 대지에 정점을 찍는 것은 길 이었다. 저 길로 하루종일 걸어가 보고 싶다. 말을 타고 달려도 좋겠다. 영혼이 해방될 것 같다.

세자매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나바호 아주머니 둘이 붉은 돌멩이를 가져다 주며 들고 찍으란다. 그을린 얼굴이지만 웃음이 환하다. 뭐라도 팔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매점도 없다.

다시 버스에 오르는데 신발 바닥이 벌겋다. 이토록 광활한 붉은 대지는 처음 본다. 다행이 사암이 부서진 흙이라 황토처럼 달라붙지는 않아서 탁탁 털어내니 잘 떨어진다.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모뉴멘트 밸리가 내려다보이는 입구의 언덕에 있는 호텔에서 하루 묵으며 일출과 석양을 보고 가야겠다.

톰행크스가 달린 그 길.



왼쪽 큰 봉우리가 코끼리 메사라고 제롬이 그랬는데 사진보니 코끼리 같긴하다.


수브닐샵 겸 호텔 겸 휴게소 건물에서 내려다 본 일대



유명한 벙어리 장갑바위(미튼 뷰트)

세자매봉, 두 언니가 욕심이 많나 보다.


밸리 안쪽 들어가서  들어온 길을 되돌아 본 풍경 



말보로 광고에서 본 그 장면


왼족이 엄지(thumb) 바위

 엄지(thumb) 바위 아래 영화'로렌조 오일' 촬영지, 일반인은 이곳까지 출입이 가능하단다.  


더 안쪽 골짜기, 말을 타면 머곳을 들어갈 수 있나보다.

돌아 나오는 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