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진 근처 바닷가 마을에서 일박을 하고 엊저녁 체험마을 숙소를 알려 준 횟집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맛있다. 먹어보라고 내준 만두 맛에 반해 너도나도 포장을 해서 차에 싣고 진짜 정남진 바닷가를 거닐었다.
강진으로 나와 다산초당을 들렀다. 초당으로 오르는 길이 드러난 나무뿌리와 돌로 덮여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녀 갔는지 드러난 나무뿌리가 말해주는 것 같다. 이곳을 다녀간 이들이 다산의 정신과 해박한 학문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원하는 세상을 이루지 못한 좌절을 이해하고 갔을까?
초당이 아닌 와당으로 지어진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오르는 길 중간에서 내려다 본 강진만, 예전엔 바다였는데 매립을 하여 절반은 들판이 되었다. 야생 차나무가 지천이고 편백나무 숲이 싱그럽다.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정자가 생겼다. 여기서 다른 이들은 백련사로 넘어가고 나는 되돌아 내려가서 차를 가지고 백련사로 올라갔다. 백련사 입구의 동백은 완강한 둥치가 그대로다.
해남을 지나쳐 윤선도 종택인 녹우당으로 갔다. 먼저 녹우당을 한바퀴 돌고 뒷산의 비자나무 숲을 감상한 후에 고산박물관을 둘러보았다.
녹우당을 나와서 해남읍내로 가서 천일식당에서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었다. 곰삭은 젓갈과 언양 불고기와는 느낌이 확연히 다른 떡갈비 정식에 시장까지 반찬으로 가세를 하니 두상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진 떡갈비 정식이 순식간에 비어 나갔다.
인근의 카페 겸 빵집으로 자리를 옮겨 남도여행에서 입이 누리는 호사와 즐거움을 얘기하며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달마산 미황사로 갔다.
달마산 중턱의 미황사, 8년 아님 10년만인데 절 건물이 많이 늘었다. 단청을 하지 않아도 화려한 미황사 대웅전은 주변의 건물들에 전혀 주눅들지 않고 뒷산 바위능선과 어우러져 여전히 고고하게 아름답다.
미황사 대웅보전,
미황사 뒤편의 동백나무 숲
서쪽을 향해 자리잡은 미황사의 저녁나절은 아름답다. 맑은 날은 더 선명한 붉은 노을을 볼 수 있겠지만 흐린 날의 아련한 노을도 아름답다. 어둠 속에 잠겨 들어가며 오래된 건물들은 더 말이 없어지는 것 같다. 미황사 노을에 취해 정신을 차려 갈 길을 재촉하며 내려오는 길가 동백숲은 아름답고 아름답다. 발 아래 세상이 어둠에 잠겨가고 어디선가 하나 둘 씩 등불이 켜지는 저물녘, 피안을 떠나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렇게 차츰차츰 먹색을 짙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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