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동안 친한 친구의 친한 친구로 서로 이름만 안 채 지내오다 여기 와서 만난 후 드디어 지난해 같은 학년을 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된 동료가 있습니다. 그 친구의 친한 친구 몇과 또 친해지고 가끔씩 가까운 산에 갑니다. 많이 다닌 사람들이 아니어서 제가 늘 산에 대해(혹은 여행에 대해) 잘난 척 맘껏 해도 되는 사람들입니다.
오늘은 원래 진부에 가서 여자들끼리 하루 자고 놀다 오기로 했는데 아줌마들이다보니 여의치 않아 당일로 용소골에 가기로 하고 출발했는데 덕풍마을 들어설때까지도 맘껏 잘난척을 했는데 웬걸요. 덕풍마을 길끝에 한발짝도 더 못들어가게 하는 지킴이 아저씨 때문에 용소골은 입구도 못보고 내려오다 보릿골로 들어갔는데 물이 많아서 계속 계곡을 건너다니기엔 날씨도 궂고 물도 차고 포기하고 내려왔습니다. 덕풍계곡만해도 다들 입이 벌어졌습니다. 입산통제 때문에 산에는 못갔지만 먼지도 안나고 사람도 없는 고요한 봄산을 즐기기엔 충분했습니다.
울진 바닷가를 돌아 불영계곡으로 해서 돌아오는 길에 시간도 남고 해서 봉화 우곡리 띠띠미마을(뒷뜸 또는 뒷뜨물마을이라고도 합니다)에 산수유 보러 갔습니다. 길을 한번은 오른쪽으로 잘못들고 또한번은 왼쪽으로 잘못들고 삼세번만에 찾아간 마을입니다.
비탈에 앉은 마을이라 조망이 시원하고 눈맛이 정말 좋았는데 정조때인가 정계에서 은퇴한 우곡선생이 후손들에게 서울 쪽 벼슬자리 기웃거리지 말고 산수유만 가꾸어도 먹고 살거라 심은 나무들이랍니다. 기와집과 낮은 돌담들이 어우러진 마을을 폭 둘러싸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300년된 산수유 고목들이 봄날 오후 잠시 세상 일은 잊어도 좋다고, 노란 꿈만 꾸어도 된다고 내내 따라다니며 귓말을 해 대었습니다. 구례의 산수유나 의성의 산수유마을보다 규모는 작아도 붐비지 않아 좋고 고목들이어서 또 볼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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