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해외여행기

8월 10일 로키를 향하여 출발..

목인 2011. 9. 3. 16:09

INN AT THE QUAY의 소박한 아침은 모자람도 넘침도 없이 딱 알맞은 조식이었다.

컨티넨탈 조식이 제공되는 별 세개에서 네개짜리 호텔이 이번 여행의 숙소였는데 이 곳 조식은 특급호텔의 조식 못지않게 깔끔하고 정성스럽게 서빙을 해 기분이 좋았다.

버스를 오르기 전 프론트 직원에게 잘 머무르고 간다고 인사를 했더니 환하게 웃어 주었다.

익숙하지 않은 패키지 여행상품에다 비교적 저렴한 실속 패키지라 걱정을 했는데 운이 정말 좋았다.

늘 50인승 버스에 50명이 꽉차서 출발한다는데 딱 우리 여정만 사람이 적어 50인승 버스에 19명이 널널하게 다닌데다가 같이 다닌 팀도 다들 점잖고 귀티나는(?) 분들이 많고 더구나 지적인 유희가 될만큼 아는 것이 많은 분과의 잡담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차에 오른 분은 밴쿠버 쉐라톤에서 탄 항공대 학장님 일행 세 분이었는데 그 중 혼자 오신 장교수님과 내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는 것이 많고 이야기를 즐기는 분이라 내내 유쾌했다.

인천공항에서부터 같이 출발한 사람은 총 여섯으로 그 중 김선생님 내외분은 속 깊고 교양 있고 여행 경험도 많으실 뿐 아니라 특히 공직에서 퇴직하신 김선생님은 영어도 유창하셔서 말 짧은 우리 일행에게 여행 내내 든든한 백이 되어주셨다.

 

밴쿠버에서 로키의 입구라 할 벨마운트까지는 700킬로미터,

아침 일찍부터 밥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엔 내내 달렸지만 저녁 무렵에 겨우 도착했다.

가는 길은 톰슨리버가 쭉 함께 해서 참으로 이국적인 널따란 창밖 풍경을 보느라 하루 종일 달려도 지루한 줄 몰랐다.

세시간쯤 달려 캐나다 유일의 건조기후 지대라는 매릿 근처에 도착했는데

누런 풀빛과 뜨거운 공기가 꼭 호주의 여름을 연상케 했다.

여행의 막바지에 샌프란시스코로 들어설때도 마찬가지 풍경이었다.

고온 건조한 여름과 온난 다습한 겨울의 지중해성 기후.

사람이 살기엔 정말 좋은 기후이지만 산불에 취약한 기후.

 

출발하고 두시간 쯤 되었을까 여행 안내서에 나온 브라이덜폭포에 도착했다. 그런데 폭포가 없다. 휴게소에 들어가니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었다. 신부의 면사포처럼 쏟아지는 물줄기가 아름답다는 이름의 브라이덜 폭포는 휴게소 뒤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나온다지만 지금은 물이 별로 없어 갈 만한 가치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안내서에는 거창한 명소에 들르는 것처럼 써 놨다.

오늘 목적지인 밸마운트는 산골 마을이라 리쿼샵이 없단다. 그래서 저녁에 와인이라도 한잔하려면 여기서 사야 한단다. 20불 정도 주고 와인을 골랐는데 하필 호주산 와인이네. 호주에서는 바틀샵에서만 술을 살 수 있었는데 여기도 이름만 다른 리퀄샵에서만 살 수 있다 한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마트나 편의점이나 아무데서나 산다.  

 

매릿에서 점심을 먹었다.

스시 앤 코리언푸드 라는 간판을 보고 일식집인가 했는데 한국사람이 운영하고 있었다.

스시라고만 적힌 집은 일본 사람이 하는 일식당이고 거기에 코리언 푿이 덧붙여진 집은 거의 한식당이라고 보면 된다.

아마도 한국 음식만으로는 현지인들에게 어필하기가 어려워 한식을 하면서 제일 접근하기 쉽고 그래도 알려진 일식을 겸하는 모양이었다.

새삼 일본의 높은 벽이 느껴졌다.

 

점심을 먹고 톰슨강 중류에 있는 휴게소에 들르기까지 창밖은 내내 한가하고 심심해보이는 농촌풍경으로 목가적이고 느긋하고 평평하고

호재는 나중에 이런 곳에 와서 농사를 짓고 살았으면 ....

아들이 살았으면 하는 곳으로 보니 집 하나 밭에 심은 농작물 하나까지도 관심이 갔다.

 

이 쪽은 농사를 짓기엔 비가 부족한지 스프링 쿨러가 돌아가는 밭에서만 파랗게 풀인지 채소인지 자라고 있었고

말 몇마리, 소 몇마리 한가로이 풀을 뜯는 것 외에 뭘 해서 먹고 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휴게소에서 커피를 마시고 캔디 몇 개를 사고 차가 출발하여 한시간 쯤 달리자 길은 좁은 강가를 따라 산 속으로 들어서 차창 밖으로 가끔 만년설을 인 고봉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캠핑카를 끌고 나온 현지인들이 자주 눈에 띄었고 물빛은 밝은 회색빛을 띠며 언뜻보기엔 탁해보였다.

연어가 올라온다길래 강에 내려 살펴보았으나 아직 철이 일러서인지 한마리도 보지 못했다.

오후 여섯시가 좀 넘어 벨마운트 산간마을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으러 간 곳도 한국인이 하는 식당.

좀 짜증이 났다, 먹는 것도 여행의 일부인데 여기 와서도 한식을 먹는 것이.

그리고 대부분은 한국에서 먹는 것만 훨씬 못한데 값은 비싸기만 하고.

상추쌈이 나왔는데 우리나라에서 보는 것이랑은 약간 다른, 하지만 맛은 같은 상추인데 신선한 아채를 먹어본지가 오래된 것 같아 다들 한 접시씩 더 받아서 먹어치웠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일곱시인데 아직 해가 중천이다.

식당 뒷마당으로 나가니 널찍한 초원에 자작나무가 쭉쭉벋은 자태를 뽐내며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어느 봉우리가 벨마운틴인지 현지인도 잘 모른다는데 잘 생기고 범상치 않은 산군이 마을을 에워싸고 있었다.

인디언들의 성지라는 벨마운틴이 도대체 어는 산인지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갔더니 손으로 쓴 알림글이 붙어있었다. 옆에 있던 현지 아주머니가 우리보고도 꼭 오라고 해서 뭐냐고 물어보았더니 주변의 산에 잎이 붉게 변한 침엽수들을 위한 논의를 한다는 것이었다. 오다가 군데군데 보았던 붉은 잎들이 벌레 때문이었나보다. 자연이 정말 잘 보존된 이곳도 병충해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가 보았다.

관광안내소를 나와서 편의점에 들렀다.

편의점 조차도 몇시간에 하나 정도 볼 수 있는 곳이라 문명의 흔적이 보이면 무조건 차를 세우고 들어가게 되는 것 같다. 표시된 가격에 세금이 붙어서  계산을 하면 늘 생각보다 더 나온다.

이곳의 호텔은 주인 내외분은 대구에서 살다가 밴쿠버로 이민을 왔다가 다시 이곳에 정착한 분으로 건물이 순전히 나무로만 지어져 방음이 잘 안되었지만 깨끗하고 쾌적했다.

나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으련만....

옆방에서 술한잔 하러 오라고 불러 갔더니 조카 기오를 무척 닮은 청년이 거기 있었다.

축협에 근무하는 이로 사료 수입 건으로 출장을 왔다가 일을 마치고 투어에 합류하였다고 하였다.

사진에 대해서 조예가 깊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이 즐거웠다.

떠들썩한 소리를 듣고 장교수님과 조학장님 내외분이 오셨다.

학장님 부인은 여련화 언니를 연상케하는 똑똑하고 세련된 분이었다.

약간의 열등감, 그리고 부러움, 그래도 우리가 쉬 접할 수 없는 상류층분들이었는데 소탈하고 유쾌해서 이야기가 역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