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베기산이 있고 성삼위일체 교회가 있는 스테판츠민다 마을로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므츠헤타 인근에서 고속도로에서 갈라져 북쪽으로 난 3번도로로 접어드니 길가에 조지아답지 않게 윤기나는 카페와 호텔과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말이겠지.
사실 조지아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카즈베기산과 그 산 중턱에서 스테판츠민다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성삼위일체교회가 궁극적인 목적지 일 것이다.
아나누리 성채가 있는 진발리 호수까지의 길은 곧은 편이었고 컨디션도 괜찮다. 이 험한 고갯길이 아르메니아나 터키, 더 넘어 중동 이스라엘과 러시아를 잇는 최단거리 길이라 엄청난 물류가 오가는 길로 트럭들이 눈에 많이 뜨인다.
진발리호숫가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들르고 노점 구경을 하는데 아름다운 성채 하나가 호숫가에 서 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다고 하여 먼발치로만 구경하고 다시 출발하니 아래 사진같은 트럭의 긴 행렬 을 이루고 있는데 지나면서 보니 멈추어 서 있다. 국경통과를 위해 대기하는 트럭들인 줄 알았는데 해발 2300미터짜리 구다우리 고개로 오르는 길이 좁고 굽이가 심하다보니 차체가 긴 트럭은 양방 통행이 불가능하여 두시간씩 교대로 길이 열린다고 한다. 이쪽 길이 열리길 기다리는 트럭들이 두시간 안에 통과할 수 나 있을까 싶을 만큼 줄이 길다. 저래가지고 언제 러시아로 가나 싶다. 이삼분에 한번 켜지는 교차로 신호등도 못 기다리는 한국인들은 애가 닳아서 지레 죽을 것 같다.
북쪽으로 갈수록 산은 더 험해지고 골은 더 깊어지고 길은 가팔라진다. 심지어 s자가 겹치고 겹친 아찔한 오르막길은 머리 위에 또 다른 길이 있어 어지럽다. 그 오르막의 8부 쯤에 구다우리 마을이 있다. 제철 아닌 스키장의 산만함과 새로 짓는 호텔과 리조트로 아주 산만하기 짝이 없는 공사판이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겨야 하지만 저녁 식사 후에 산책이라도 할까 나서보니 공사장과 진흙탕과 거친 돌길, 푹 쉬는 것이 오늘을 즐기는 최선의 방법이다.
예전 발칸 여행 때 만난분을 이번 여행에 만나 그냥 인삿말로 "이따 와인 한잔 살께요." 했었는데 저녁식사질에 동석을 하게 되어 와인을 한병 샀다. 호텔 이름과 같은 걸로 보아 하우스와인인가 본데 약간의 바디감이 있는 좀 묵직한 레드와인이 맛있었다.
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트럭의 행렬
구다우리 마을 들머리의 정교회 사원
해발 3천미터 가까운 산 능선 바로 아래 양떼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다음날 일찍 일어났다. 발코니에 나갔던 남편이 탄성을 지른다. 골짜기 건너편의 산봉우리에 아침 햇살이 비치니 산정상이 보랏빛이 난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아침 산이 보라색으로 깨어난다고 했던 것을 실제로 보고 있다.
어제 오를만큼 올랐는데 출발하자마자 또 으로막길이다. 우리가 묵은 구다우리 마을이 해발 1900미터정도. 넘어야 할 길의 가장 높은 곳은 2,300미터라니 한참 더 올라야 한다. 이 도로의 정식 명칙은그루지아(조지아)-러시아 우정의 도로, 소비에트 연방 이전에는 즈바리 패스였다고 한다. 정상에 가까운 곳에 도로 개통을 기념하는 전망대가 있다. 조지아 여행기에서 익히 보았던 반원통형의 벽에 조지아를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발아래는 어지러운 낭떠러지다. 저 아래 계곡에 흙색의 물이 흐르고 조그만 연못인지 저수지인지에도 ㅎㄺ색 물이 담겨있다. 대부분 여행기에서는 저곳에 옥빛 물이 가득차 있던데 강이나 게곡의 물도 여름에만 흙빛인지 4계절 다 그런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가이드에게 물어봐도 본인도 잘모르겠다는 대답이다.
고개 정상부의 도로
다른 여행 사진에서 저 연못은 옥빛이었든데 지금은 계곡도 연못도 흙빛 물로 채워져 있다.
고개 정장부분은 완만한 산상평원이었고 양떼, 소 떼, 말, 염소가 군데군데 한가로이 풀을 뜯고 가끔씩 사람도 보인다. 남편은 나중에 이런 곳에 와서 한달쯤 아무 생각없이 있어보고 싶단다.
고개를 넘자 내리막길은 오를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러시아와의 국경이 지척인 스테판츠민다 마을이 해발 1500미터는 될 것 같다.
줄 잘 서는 양떼들
국경 통관을 위해 줄 지어 기다리는 트럭의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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