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해외여행기

코카서스로 떠났다. -조지아 아할치헤 라바티 성을 보고

목인 2018. 8. 20. 14:33

노밸상을 수상한 터키의 세계적인 작가 오르한 파묵의 소설 '눈'을 읽었다.

터키 아나톨리아 고원의 동쪽 끝자락 변방 소도시인 카르스의 눈쌓인 겨울이 배경인데 막연하고 지루하고 길었다. 아르메니아인, 구소련사람, 쿠르드인이 모여살면서 충돌하는 문명과 정치적인 혼란 중에 사람이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카르스에서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향하는 길목이 바로 아할치헤였다. 여행은 책에서만 보던 남의 일이 내 앞으로 걸어와 현실이 되는 것이란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여행을 마치고 '눈'을 다시 읽었다. 소설이 나의 이야기로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모로코 여행 중 탕헤르에 내렸을 때 리진과 콜랭을 다시 만난 것처럼...    

 

트빌리시에서 조지아의 첫날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 아르메니아와 터키 국경이 멀지 않는 아할치헤로 향했다. 트빌리시에서 북쪽 방향으로 므츠헤타 인근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고리를 지날때까지 E60 고속도로는 조지아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도로로 넓고 시원하게 쭉 뻗어 있었다. 쿠라강이 고속도로와 나란히 흐른다. 고리 인근에는 조지아 유일의 대형휴게소도 있었다.   

 

 

 

휴게소 안 과일가게의 싱싱하고 건강해보이는 과일들

 

고속도로 주변에는 수박을 파는 노점, 해먹이나 야외용 의자를 파는 노점이 심심찮게 보였다. 그것도 잠깐 작은 시골 읍내 같은 마을로 들어선다. 지도를 보니 크비시케티, 우리네 장날 같은 날인지 늘 이런지 사람과 차들이 많다.둥심가로 보이는 곳에 서클이 있었고 그것을 돌아나가자 길은 왕복2차선으로 줄어들더니 꼬불거리고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이다.

보르조미를 지나 아할치헤에 이르기까지 내내. 길 주변은 무너진 성벽과 요새인지 수도원인지 모를 폐허와 녹슨 기찻길, 황토색 물이 흐르는 쿠라 강, 마을마다 호두나무 숲,  웬지 모를 처연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길을 오래 달려 아할치헤에 도착했다. 터키와 아르메니아 국경이 가까워 예로부터 늘 긴장된 땅이었을 터이다. 이곳에 성을 쌓은 것은 터키였다. 도시는 깨끗했고 현대적인 시설이 많이 있는데 저멀리 시야의 정면 가장 높은 곳에 성채가 우뚝 솟아 있다. 라바티성이다. 터키인이 이땅을 차지하고 방어를 위해 쌓은 성이다. 터키인이 쌓은 성인데다가 구소련 시절을 거치며 부서진 것을 2006년에 복원되었다. 아름답고 웅장한 성이었다.   

 

조지아의 국도는 대개 이런 풍경이다. 숲과 나무, 그리고 가끔 행상들...

 

길가의 살구나무. 이쪽 지방엔 살구나무가 많고 말린 살구를 파는 곳도 많다.

 

라바티성

 

 

< 이 동영상은 일행이었던 빅터 홍 님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