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해외여행기

2018년 2월 20일 이탈리아 도착 . 반도 곳곳에 점을 찍다.

목인 2018. 3. 20. 10:09

일주일에서 이주일 남짓 시간에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발자국을 찍는 여행에 싫증이 났다.

다니다 보면 로마나 잘츠부르그 비엔나 같은 곳은 반복해서 들르게 되고 도시내의 특정 스팟을 무한 쳇바퀴 돌게 되는 것이 패키지 여행의 한계지만 배낭을 메고 숙소나 교통편을 예약하고 많이 걷거나 내비가 하는 말을 알아들으려 귀 쫑긋하며 만만찮은 체력소모... 이 모든 번거로움을 피하려는 게으른 여행자의 숙명이리라.     

다행히도 이삼년전부터 '한나라 집중 여행하기' 상품이 제법 많이 나와 올 겨울과 봄 사이 짦은 휴가에 이탈리아를 한바퀴 돌기로 했다. 2주일 정도면 좋겠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9일짜리가 최장이다. 일찌감치 예약해놓고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보냈지만 아직은 한번 나온 김에 여러 곳을 들르고 싶은 게 대부분 한국 여행자들의 소망이어서인지 석달이 더 지나도 결국 성원 미달, 여행사 직원과 몇번의 통화 끌에 이태리로 들어가 스위스 프랑스를 거쳐 프랑크푸르트에서 나오는 여정으로 떠났다.

직항의 함정, 10시간정도는 그럭저럭 견디겠는데 10시간쯤 지나면 갑자기 갑갑함이 자각되기 시작해서 열두시간 비행은 온몸이 아우성을 친다. 로마공항은 대형 비행기가 취항하지 않아서 가벼운 폐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좀 많이 힘들다. 

해질 무렵 로마공항에 닿았다.

파김치가 된 몸으로 짐을 찾고 투어버스로 숙소가 있는 피우찌로 가는데 퇴근시간이어서 외곽고속도로와 시내에서 나가는 길이 만나는 곳까지 트래픽이 심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다서다를 반복하니까 멀미까지 했다.  온천마을이라기엔 지나치게 평범한 시골 소읍 같은  피우찌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풀었다. 이탈리아답게 허름하고 와이파이는 1일 2유로 사용료를 내도 잘 안터지고 온수도 잘 안나오고 춥고 아침식사는 격하게 부실했다.  

기내식이 오늘 저녁식사라 배도 출출하고 방랑벽이 있는 신랑과 아들 함께 옷을 갈아입고 근처를 산책하다 피자집에 들어가 맥주한잔에 피자 두어조각을 시켜서 먹었다. 미리 구워놓은 피자를 원하는 만큼 잘라 무게를 달아 파는 방식이었는데 다시 화덕에 구워 줘 좀 딱딱했지만 담백해서 맥주를 곁들이니 멋진 피맥이 되었다.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으나 몸은 한국 시계를 원한다. 새벽 두시에 깨어 결국 아침까지 못잤다. 사실 난 시차 곤란 별로 없는 편인데... 

일찌감치 식사를 하러 내려갔으나 정말 부실한 아침 식탁이 기다리고 있다. 비닐봉지에 든 빵 하나. 시리얼, 우유, 쥬스 끝.

우리 부부는 정말 음식 가리고 잘 먹는데 이탈리아는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번에만  작은 컵라면을 한박스(6개) 준비해갔는데 한해갔으면 어쩔 뻔...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 로마로 향했다. 비가 내리고 있다. 창밖엔 비속에서도 화사한 봄꽃이 피어있다. 벚꽃 비슷한 매화인지 살구꽃인지 그것도 아님 아몬드꽃인지...우리나라보다는 호가실히 한달쯤 봄이 빨리 오는 것 같다. 스페인처럼.

옛 아피아 가도였음을 알려주는 멋진 자태의 지중해 소나무 열이 자주 눈에 띠기 시작하면 로마가 가까왔음이라.

이른 아침부터 바티칸 앞에는 긴 줄이 있다. 그래도 오늘은 짧은 편이라는데 줄을 서서 30분이 지나도 정문이 보이지 않던 줄이  조금씩 꿈틀대던 줄 끝에 벽이 끝나고 문이 서서히 드러난다. 







문위에는 로마를 상징하는 세 인물의 상이 있고 그중 가장 오른쪽 미남이 르네상스 3대 거장 중 하나라는 라파엘로라고 한다.


바티칸 박물관을 거쳐 내부의 광장으로 나가니 정면에 아름답고 거대한 돔이 보인다. 베드로대성당.  

















바티칸 박물관과 시스티나 소성당을 지나 바실리카 싼 피에트로, 베드로 대성당에 다다랐다. 

여태 감동하고 감격하며 봐왔던 수많은 성당들을 한방에 물먹이는, 차원이 다른 베드로 대성당이었다. 굳이 뭘 보았다든가 그건 이런 의미라든가 말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수많은 블로거들이 다녀와서 쓴 여행기를 굳이 읽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나도 굳이 쓰지 않겠다. 다만 기회가 된다면 계절마다 한번씩은 이곳을 더 들르고 싶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