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하루 종일 가을 뒷설거지를 했다.
말라버린 고춧대와 화단의 꽃대들, 돼지감자 줄기, 가짓대, 토마토대를 걷어내고 정리하고 땀을 흘렸다.
늦은 오후 온천에나 가자며 나섰는데 소수서원을 지날 때 보니 나들이 나온 차들이 엄청나게 많다.
온천에 사람 너무 많은 것 아닌가 걱정을 하며 가는데 생강도너츠, 순흥기지떡집 어디나 차들이 많다.
아니나 다를까 평소엔 텅 비어 있는 3번째 주차장까지 차가 꽉 차서
좀 있다 오기로 하고 죽령으로 차를 몰았다.
죽령고개로 오르는 중간 숯불고기집에서 소주 한 잔 곁들여 고기 한 점 먹고 죽령으로 올랐다. 이럴 땐 늘 운전대는 내 차지.
죽령 정상에 오르니 이미 겨울 풍경인데 사람들이 제법 오간다.
새삼 대간 할 때 같이 다니던 분들이 생각났다.
고개 정상에서 서쪽 하늘을 보는데 저 멀리 충주호 건너 금수산쪽 골짜기에 아련한 운무가 채워져 꿈결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나는 이런 풍경을 보면 어릴 때 불렀던, 누가 불렀는 지 누가 지었는 지도 모르는 노래가 생각나서 흥얼거리게 된다.
저 산 저 멀리 저 언덕에는
무슨 꽃들이 피어 있을까?
밤이 오면은 해가 지면은
꽃들은 외로워 울지 않을까?
에이야호 에야호 에이야호 에야호
나비와 같이 훨훨 날아서 나는 가고파 에이야호.
웬 꽃이 궁금하다는 건지 나비처럼 날아서 어디로 가고 싶은지 나 스스로에게도 설명하지 못하는데 늘 이 노래가 나온다.
거기다 열두어살쯤에 배운 노래가 가락하나 가사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난다.
노래를 부르다보니 노을이, 안개가, 산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시골살이 > 시골집 짓고 시골 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진주. 중앙시장 나들이 (0) | 2014.11.29 |
---|---|
책을 사니 배가 부르구나. (0) | 2014.11.29 |
고향나들이 (0) | 2014.11.03 |
'꽃밭에서'의 원시 (0) | 2014.10.13 |
송내관의 궁궐이야기 연수를 듣고 (0) | 2014.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