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시골집 짓고 시골 살기

책을 사니 배가 부르구나.

목인 2014. 11. 29. 20:42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 반값에 책을 판다는 메일이 와서 별 기대 않고  목록을 살펴보니 의외로 좋은 책이 많았다.
친구와 나누어 사서 서로 바꿔 읽은 하루키의 책, 내게 있던 건데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는 책, 읽고 싶었는데 아직 못 산 책, 오래 전에 읽었는데 다시 읽고 싶어서 꺼내보니 활자가 너무 작아서 읽기가 불편한 책(내 20대를 온통 붙잡고 있던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책이 그렇다).부페 레스토랑에 간 아이처럼 이것저것 막 장바구니에 담고 보니 100권이 넘는다. 이건 좀 심하지 싶어서 20만원에 맞추려고 간추리고 간추리다 마지막 전날 뉴스를 보니 나같은 사람이 폭주하여 사이트가 다운되었다 한다.
마지막날. 5교시가 영어전담시간이라 점심시간부터 접속을 시도했다. 다행히 접속은 되었는데 마일리지 적용하고 할인 쿠폰 적용하는데 멈춘다. 애고 못사겠구나 했는데 순간 결제창이 넘어가면서 성공. 야호!
배송예정일을 일주일 정도 넘기고(그 정도는 봐 줄 수 있음) 어제 퇴근 무렵 택배기사님이 무거운 박스를 들고 오셨다. 절반 정도 왔는데 올겨울 내내 먹을 곳간을 가득 채운 것처럼 든든하다.
작년에 새로 지은 아랫채에 서재를 꾸미고 대부분을 거기로 옮기고  자주 보는 몇권만 꽂아 둔 안방의 책장을 다시 비우고 새로 온 놈들을 가지런히 줄세우니 딱 두칸이 찬다.
신랑이 교육 가고 없는 주말, 세수도 안하고 밥도 안하고 커피만 뽑아서 들여다보는데 어느덧 어둑해졌다. 하루키의 책이 열권쯤 되네.
며칠 전에 친구가 그랬다. 제인에어는 십대에 읽을 책이 아니라 지금쯤 읽어야 한다고. 격하게 공감.
그리고 정말 내가 좋아하는, 가브리엘 마르께스, 지난 가을에 꺼내보니 활자가 왜 이리 작아졌는지... 오래된 책들은 다 그렇더라만, 그리고 송미옥 선생이 좋아하는 강신주의 책도 한권, 또 요즘 새롭게 발견한 천명관의 '고래'(김현주가 강추한 책) - 시작부분부터 사람을 휘어 잡는 글이다. 나쓰메 소세끼의 소설 몇권과  어려워서 중간에 읽다만 '내 이름은 빨강'의 오르한 파묵의 '눈'도 추가.
'드리나강의 다리'은 아직 안왔다.복보고만 있어도 배가 불러 사진을 한컷 찍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이 되어도 여전히 별로 변한건 없다 한다. 처음 가격을 많이 할인하는 대신에 출판사에서 시간이 지나면 가격을 새로 매겨서 전국의 서점에 같은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뭐 그런 정도의 변화라나... 바보가 된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뭐 덕분에 ...오늘은 날도 따뜻해서 하루종일 창문을 열어두어도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