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톰에서 나와 다시 숲속으로 난 길을 달리니 앙코르와트를 둘러싼 해자의 동쪽 부분에 닿았다. 기다리고 곤돌라를 타고 호수를 돌았는데 정말 흉내만 낸 곤돌라 유람이었다. 사공들은 곤돌라를 한줄로 세우더니 쬐끔 갔다가 돌아왔다. 싱거웠다. 정말 이름표를 위한 곤돌라체험이 아니었나 싶다.
곤돌라체험을 마지막으로 앙코르를 떠났다. 이 대단한 유적을 하루에 그것도 한나절 반만에 다 보고 떠난다니 아쉬움과 함께 두번째 여행에 대한 결심을 더욱 굳히고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기선 계속 한국 음식이어서 불만이 터져나오려했지만 오후 세시l의 늦은 점심은 뭣이든 맛이 없을 수가 없어서 맛있게 먹고야 말았다.
현지음식은 위생문제가 심각하여 배탈이 잘 난다고 만류를 하는 가이드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 바로 버스에 올라 전형적인 남국의 시골길을 달려 톤레샵 호수로 갔다. 허술해보이는 현지인들의 집 부근의 현지인들의 얼굴은 가난해보였지만 그리 불행해 보이지는 않았다.
처음엔 포장도로였는데 어느새 먼지나는 비포장 길을 달리더니 진흙길로 들어섰다. 지금이 건기의 끝무렵이어서 우기엔 배로 가야 할 길인데 버스로 달려간다고 했다. 강의 하구 같아보이는 호수자락을 타고 한참을 들어가 배로 갈아탔다. 배로 또 한참을 들어가 수상마을을 지나는데 묘하게도 왼쪽에는 꽤 반듯해 보이는 집들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허름해 보이는 집들이 있었다. 한참을 들어가니 양쪽 옆에 왕버들 비슷해 보이는 나무들이 물속에서 나와 숲을 이루고 있었다. 맹그로브의 일종이라는데 우기에 수위가 높아지면 둥치는 거의 안보일 것 같아 그 모습을 상상하니 꼭 내가 목까지 차오르는 물속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답답할 것 같은데 나무들은 평화롭게 잘 견디는 것 같았다. 맹그로브 숲이 끝나고 바다처럼 넓어보이는 곳까지 나갔다가 되돌아 들어와 어느 한 수상촌 마을에서 마을 여자들이 노를 저어 움직이는 작은 배에 옮겨타고 맹그로브 숲 속으로 들어갔다. 깜퐁 플럭 마을이라고 한다. 아까보다 더 옹색하고 허름한 마을에 아이들이 많았다. 하루 1달러로 한가족이 살아간다는 그곳 마을 아이들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고 멋진 다이빙 묘기를 부려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다. 학교는 어디 있는지 물어보니 여느 가정집 같아 보이지만 좀더 반듯한, 국기가 걸린 건물이 학교라 한다. 수업이 끝났는지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물 위에서도 너무 더워 나는 부채를 부치고 파라솔을 쓰고도 땀을 너무 흘렸더니 일찍 지쳤나 보다. 씨엠립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내내 골아떨어졌다. 내 나라와는 다른 풍경을 놓치기 아까워 이동 중에 절대로 잠들지 않는데 이번엔 석양이 내리는 열대의 평원을 버려두고 내내 잤다. 우리 차에서 유일하게 잠들지 않은 사람은 우리 신랑뿐이었다. 진짜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다.
잠깐 잤는데 어느새 차가 씨엠립 가까이 왔나보다. 자다 눈을 뜨니 버스는 현지 시장 가운데 난 길을 달리고 있었다. 아주 어릴 때 엄마를 조르고 졸라 겨우 따라간
읍내 장날의 풍경이 거기 있었다. 도로 양쪽에 늘어선 알록달록한 천연색 옷이 걸린 노점, 쌀국수 노점, 과일 가게, 생선 가게,,,, 허름하고 어수선하고 좀은 지저분했지만 활기찬 현지인들의 생활 터전이 있었다. 내려서 쌀국수라도 한 그릇 사먹고 가고 싶었지만 가이드는 배탈난다며 절대 안된다고 하였다.
시장을 벗어나 얼마간 달리니 커다란 건물이 보였다. 이런 건물은 대개 베트남인 이나 중국인 소유라 한다. '스마일 오브 앙코르 쇼'가 열리는 곳 이었다. 뷔페에서 저녁 식사를 헀다. 중국인 소유라 그런지 중국 사람이 많았고 중국 음식 특유의 냄새가 가득 차 있었다. 입에 맞는 음식이 별로 없어 찾아 다니다가 쌀국수와 만두 몇개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볶음 요리 따위로 배를 채웠다. 보기는 화려했으니 실속은 별로 없는 뷔페였다.
식사를 마치로 2층에서 앙코르쇼를 관람했다. 맨 앞 VIP석에서,
캄보디아 무희들의 손가락 움직임이 화려한 춤 공연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것은 아주 일부분이고 앙코르제국의 역사와 앙코르와트의 벽화에서 보았던 전설을 소재로 한 극이었다. 리장의 인상유상제 같은 종류... 장이머우 감독이 감수를 한것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중국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쇼였다. 흥미로웠고 정말 볼만 했지만 그럼에도 깜빡깜빡 졸았다. 아침 6시에 식사를 하고 7시에 출발한지 열네시간째니 졸음이 밀려 올 수 밖에. 나중에 알고보니 나는 그냥 잠깐 존 거였지만 다른 분들은 아예 잤다고들 했다.
피곤했다. 더웠고,
얼른 호텔로 돌아가 씻고 자고 싶은데 스트릿투어를 간다고 했다. 안양에서 혼자온 희원씨와 나는 그냥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다들 간다니 그녀도 간다고 해서 씨엠립 번화가에서 다 내리고 버스는 나만 태우고 호텔로 돌아왔다. 현지 가이드 나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서른여섯의 노총각인데 지참금을 주고 처녀를 데려오는 캄보디아의 전통 탓에 돈이 모자라 아직 결혼을 못했다고 하는데 일어도 꽤 잘하고 영어도 제법 했다. 신랑이랑은 일어로 대화하고 나랑은 영어로 이야기를 했다. 일행 중 말이 통한다고 생각해서인지 틈만 나면 우리 옆에 와서 이야기를 하자 가이드가 약간 눈치를 주는 것 같았다. 예전엔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가이드를 했는데 일본인이 거의 안 와서 한국인 가이드 코디를 한다고 한다. 수입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하는데 훈센 총리가 한국에 대해 지나치게 우호적이라 한국인에게 특혜를 준다고 했다. 현지인이 영어, 일어, 불어 가이드 모두 현지 캄보디아인이 외국어 배워서 하는데 유독 한국인만은 가이드 라이센스를 줘서 한국인이 직접 가이드를 한단다.
호재는 나랑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었는데 아빠가 시티투어 간다니 같이 따라 갔다.
호텔로 돌아와 미지근한 물을 받아 몸을 담그니 살 것 같았다. 선글라스가 망가져 맨눈으로 다녀서인지 눈알이 빠질듯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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