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반 6학년을 담임인 후배가 과학행사에 아이들을 데리고 출장을 가서 5,6학년 체육시간에 남은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뒤 비봉산에 올라갔다.
날은 더웠지만 구름이 끼어 햇볕이 따갑지 않아서 걷기에 좋았다.
처음엔 맨 앞에서 올라가다 보니 저멀리 재균이가 영 뒤로 쳐지는 것이 보여 맨 뒤에서 재균이를 밀고 올라가다시피 했다.
몸이 빠르고 날쌘 현민이는 천천히 가는 것이 몹시 어려운가 보다.
"민아, 뛰지 말고 천천히 가자."
몇 번이고 반복해도 현민이 뒤꽁무니는 숲길 사이로 사라져 버리기 일쑤였다.
산길 옆의 마지막 경작지인 밭에서 농부는 무언가 모종을 옮겨 심는 듯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고 야트막한 골짜기는 이름모를 새들의 노랫소리와 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진한 아카시아 향기로 가득찼다.
길 옆 묵은 묘 옆 공터에서 내 배낭에 넣어온 과자와 시원한 물로 땀을 식히고 출발하였는데 민이는 벌써 또 안보인다.
아까는 재균이 때문에 꼬리에 섰다면 이제는 내가 힘들어 꼬리에 섰다. 배낭이 비어 어깨는 가벼워졌는데도 숨이 턱에 찬다.
사십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해발 300미터 남짓의 낮은 봉우리지만 사방으로 툭 트여 순흥 들판과 그 사이를 기어가는 죽계천이 내려다 보이고 소백산 봉우리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도열해 있다.
비봉산 꼭대기 쉼터의 간이 체육시설에 매달려 쉬거나 노는 아이들을 보니 이땅의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자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아카시아가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카메라 탓인지 날씨 탓인지 그도 아님 찍는 사람 탓인지 화사하지가 않네.
저기 아래 우리 학교도 내려다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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